사망자 추정치 몇개월만에 1만7천500명→7만명으로 뛰어
안치소에 시체 끊임없이 밀려들어…숨진 병사 부인들도 전장으로
BBC "우크라군 전체 병력 50만명뿐…러는 인구 훨씬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매일 수십명씩 죽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전방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한 부사관은 러시아의 점령지 방어선을 뚫기 위한 작전 초반 새로 훈련받은 젊은 병사들이 많이 희생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선을 따라 곳곳에 마련된 시체 안치소에서는 전장에서 실려온 이름 모를 시신들에 이름을 찾아주려는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머니를 뜯어 찾아낸 열쇠, 휴대전화, 가족 사진 등으로 신원이 확인되면 다행이다. 그렇지 못한 전사자의 시체 가방에는 '미확인' 표식만 남는다.
영국 BBC 방송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올 6월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되찾기 위한 반격에 나선 이후 전사자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다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사망자가 무려 7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태다.
이는 지난 4월 유출된 미군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국(DIA)이 작년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군 전사자가 최대 1만7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던 것에서 수개월 만에 4배로 뛴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숨진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9천177명으로 집계됐다.
BBC는 우크라이나군 전체 병력이 50만명 정도라는 점에서 피해 규모가 상당한 수치로 보인다며 "전사자 급증은 남부에서의 반격 상황으로 일부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도네츠크의 시체 안치소에서 사망자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기록하는 일을 맡은 26세의 마르고는 작년 12월 29일 전투 중 전사한 남편 안드레의 주검이 실려왔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다고 돌이켰다.
남편은 숨질 당시 23세였다.
마르고는 "그는 조국을 지키다가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체들이 연이어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절대로 사람들 앞에서 울지 않는다고 한다.
마르고는 "아무도 내가 눈물 흘리는 것을 보지 못하도록, 나는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까지 모든 것을 내 안에 담아둔다"며 "그들의 죽음에 사과하고 싶고 어떻게든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가 마르고처럼 강인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중남부에 위치한 드니프로의 크라스노필스케 묘지에서 홀로 흐느끼고 있던 31세의 옥사나는 BBC 기자를 만나 "그(남편)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원했었다"며 "우크라이나 정신의 화신이었다"고 말했다.
옥사나의 남편 파블로도 작년 11월 전사했다. 이지움 인근에서 호송차량을 타고 가다가 러시아 헬기의 미사일을 맞았다.
시신이 불에 타는 바람에 신원 확인이 쉽지 않았지만, 문신을 통해 겨우 남편이라는 것을 알아봤다고 한다.
옥사나는 남편이 전사할 경우 자신도 전투에 참여하겠다던 생전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는 남편의 무덤을 찾은지 일주일만에 전신 방호복을 입고 러시아 대전차부대를 수색하는 일을 맡아 총성이 울려퍼지는 전장으로 나섰다.
왜 위험을 자초하느냐는 BBC 기자의 물음에 옥사나는 "남편이 시작한 것을 이어가야만 한다"며 "그래야만 그의 노력이 헛되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사상자 수를 공개하는 경우 형사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말랴르 차관은 "이 자료가 비밀인 이유는 적이 이 정보를 갖고 있을 경우 우리의 향후 행동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군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체 전사자는 현재까지 약 12만명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군보다 피해가 크지만, 러시아 군대와 인구는 훨씬 더 많다고 BBC는 지적했다.
최전방의 우크라이나 장병들은 "고통을 흡수할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은 무한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고 BBC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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