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자, 팬데믹 중 쌓인 재고 소진 중·주문 철회도
물류회사, 물량과 운임 고전·운항 취소와 실적 하향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늦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물류 공급망에서 가장 바쁜 시기다.
소매업체들이 의류와 전자제품, 휴가철 장식물을 시장에 급히 풀어놓고 화물 운송업체는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수익을 늘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성수기 분위기가 영 시원치 않으며 화물 수요 반등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거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인들과 소비재 공급업자들이 팬데믹 기간 쌓아놓은 재고를 소진하고 있는 데다 물류회사들도 전년도에 훨씬 못 미치는 물량과 운임에 직면해 있다는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항만에 도착하는 수입 상품들은 올해 내내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소매협회(NRF)는 오는 9월과 10월 수입도 소폭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물류 회사들은 소매업체들의 현 재고 수준과 향후 재고 보충 전망에 따라 배송 수요를 예측하는데, 재고가 줄어드는 동안 7월 물류관리자지수(LMI)는 지수 도입 6년 반 만에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월마트와 타깃, 홈디포와 같은 소매업체들은 재고 축소에 개선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 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인들은 휴가나 외식 같은 쪽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상품 지출은 축소하는 분위기다.
덩달아 월마트 같은 소매업체는 공급망 성수기에 선박과 기차, 트럭을 채우는 소비재보다는 쇼핑객들이 식료품과 같은 필수 품목들에 더 집중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지출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메이시스 백화점과 스포츠용품 체인인 딕스 스포팅 굿즈 같은 소매업체들은 서둘러 주문을 철회하는 지경이다.
올해 성수기를 지난 1년의 수입 부진을 만회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던 화물 운송업체들은 비상이 걸렸고, 일부 해운회사는 태평양을 횡단하는 운항을 일부 취소하면서 올해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세계 주요 컨테이너 수송 회사인 A.P. 몰러 머스크의 최고경영자(CEO) 빈센트 클럭은 최근 전화회의에서 소매와 라이프스타일 선적량이 예년에 비해 두 자릿수 감소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반등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성수기에 가장 분주한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만도 올해 6월과 7월 사이 총수입량은 10% 이상 줄었고, 202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밖에 향후 물동량에 대한 불길한 징후 중 하나로, 아시아 공장의 수요 감소로 인해 이들 항구에서 태평양으로 되돌려 보내는 빈 컨테이너들도 줄고 있다.
7월 로스앤젤레스 항의 빈 컨테이너 운송 물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 감소했다.
이런 사정에 따라 항구와 철도역에서 창고 및 유통 센터로 운반하는 트럭 화물량도 줄었고, 올해 초 일부 트럭 운전사들이 가졌던 신중한 낙관론은 회복에 수개월 걸릴 수 있다는 우려로 바뀌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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