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러, 정적 살해해온 오랜 역사 있어" 배후설 암시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숨진 비행기 사고를 외국 기관과 공동 조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항공사고 예방·조사센터(CENIPA)가 항공기 사고 공동 조사를 요청했으나 러시아 당국은 이를 거절했다.
CENIPA가 공동 조사를 희망한 것은 지난 23일 추락한 프리고진의 전용기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항공기는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가 만든 기체이기 때문이다.
사고로 인해 프리고진과 그의 참모 2명, 경호원 4명 등이 목숨을 잃었다.
CENIPA 관계자는 로이터에 "러시아 항공당국은 지금으로선 국제규정을 따르면서 항공기 사고 조사를 함께할 의향이 없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러시아 항공사고 조사 당국이 브라질 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으나, 미국 등 서방이 사고의 배후로 크렘린궁을 지목한 상황에서 공동 조사를 거부할 경우 그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 크렘린궁을 사고의 배후로 보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프리고진이 사망한 비행기 사고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새롭게 그에 대해 평가할만한 내용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꽤 분명해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행기 사고 당시 휴가차 네바다주 타호 호수에 머물고 있었는데, 기자들과 문답에서 프리고진 사망에 대해 이같이 언급한 바 있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이 일은 예측 가능하거나 예측된 일이었다"라며 "크렘린궁은 그의 정적을 살해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은 이와 같은 의혹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5일 이런 의혹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바그너 전용기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해 러시아 국내 사고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국제 규정에 따른 사고 조사를 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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