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31일 종료 예정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쿠데타 군부가 정권을 잡고 있는 서아프리카 말리에 대한 제재 갱신안을 거부했다고 AFP·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유엔 안보리에서 13개국이 말리에 대한 제재와 독립적인 감시를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에 찬성했지만 러시아는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은 기권했다.
결의안 초안은 과거 말리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프랑스와 중동 국가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도해 만들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 초안에 대해 "우리는 지속해서 건설적 접근과 합리적 타협을 촉구했지만 말리 측의 우려와 러시아의 입장이 어떤 식으로든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신 러시아는 말리에 대한 제재를 마지막으로 1년 연장하고 독립적인 감시를 당장 중단하는 안을 제안했다.
로버트 우드 미국 주유엔 차석대사는 "러시아가 불편한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가 패널을 없애려 하고 있다"며 말리를 독립적으로 조사할 전문가 패널이 없으면 제재가 비효율적으로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안보리 비토권을 행사한 말리는 러시아의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이 활개 치고 있는 곳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독립적인 유엔 제재 감시단은 이달 말리군과 바그너그룹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고 안보리에 보고했다.
안보리가 제재 갱신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말리의 친(親)러시아 군사정권에 대한 제재는 31일 종료된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부터 말리 군부 세력 등에 대해 여행과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해왔다.
현재 안보리 제재를 받는 말리 국민은 8명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말리에서는 2020년 8월 치안 악화와 총선 결과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와중에 군부 쿠데타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당시 대통령이 축출됐다.
말리 군부는 그동안 안보리 제재의 해제를 촉구했다.
정권 유지를 위해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끌어들인 말리 군정은 지난해 8월 현지 프랑스군을 철수시켰고, 최근에는 유엔평화유지군(MINUSMA)까지 올해 안에 물러나도록 했다.
지난 6월 30일 미국 정부는 유엔이 말리에서 평화유지군 임무를 종료키로 하는 데 바그너그룹이 개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말리에서는 2012년부터 무장단체와 분리주의 세력의 준동으로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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