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금융회사에 조사 요청…자금지원 등 경기활성화 대책도 마련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중국 당국이 '그림자 금융' 관련 부실 우려가 고조되자 본격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신탁 산업으로도 불리며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非)은행 금융기관들을 말한다.
중국 신탁 산업 규모는 2조9천억달러(약 3천8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그림자 금융의 대표 기업이자 거대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이 최근 신탁상품에 대한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최근 국영 시틱신탁과 CCB신탁 등 대형 금융회사 두 곳에 중룽국제신탁의 회계 장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회사는 장부 조사를 하면서 중룽국제신탁의 운영 안정화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림자 금융 대출 기관 구제와 관련해 국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길을 연 조치라고 통신은 평가했다.
중국은 현재 경제 성장 둔화 속에 부동산 침체까지 겹치며 경기가 급속하게 식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당국 관계자들은 흔들리는 신탁 산업이 금융 안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중국 신탁산업의 손실이 380억달러(약 50조2천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룽국제신탁 회계 장부 조사 추진과 관련해 경제 부양과 위험 억제를 위해 강력한 국영 기업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현실이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20년에도 상하이 증시 상장회사인 안신신탁의 구조조정에 참여했고, 뉴타임스신탁, 뉴차이나신탁 등에 대한 지배권도 확보한 바 있다.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의 관계사인 중룽국제신탁은 부유층과 기업 고객의 저축을 모아 부동산, 주식,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회사다.
데이터 제공업체 유즈 트러스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70개의 고수익 상품(395억위안·약 7조1천500억원 규모)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만기가 된 상품의 투자자들에게 현금 상환을 하지 못했고 10여개 이상 상품에 대한 지급도 연기한 상태다.
중룽국제신탁의 어려움은 1조위안(약 181조원) 이상을 관리하는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규제관리 당국은 이번 회계장부 조사에 앞서 중룽국제신탁 관련 위험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에 실무그룹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와 인민은행 등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 25일 이미 주택을 샀던 사람도 '생애 첫 주택 구매'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후 광저우시와 선전시는 이 정책에 호응,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동시에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30일 부동산 개발업체, 제조업체 등 기업과 은행 대표들을 만나 중소 기업 등 민간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관영 증권시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은행에 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고 민간 대출 비중 확대를 위한 정책 초안도 작성 중이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