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파라오의 유모 미라 분석해보니…"고급 향유·수입물질로 처리"

입력 2023-09-01 09:03  

[사이테크+] 파라오의 유모 미라 분석해보니…"고급 향유·수입물질로 처리"
獨 연구팀 "파라오 유모 높은 지위 누려…고대 이집트 무역 시기도 앞당겨"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3천500년 전 이집트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의 유모 '세넷나이'(Senetnay)의 미라를 분석한 결과 처리 과정에 고급 향유와 인도·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된 물질 등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지질인류학 연구소(MPIG) 바버라 후버 박사팀은 1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이집트 '왕들의 계곡'(Valley of the Kings) 왕실 무덤에서 발굴된 세넷나이 미라의 장기 보관 항아리를 분석,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세넷나이가 파라오의 측근 중 높은 평가를 받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이집트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천년 정도 더 일찍 동남아 등과 무역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넷나이는 기원전 1천450년 이집트 제18 왕조 아멘호테프 2세 파라오의 유모로 1900년 '왕들의 계곡'에 있는 왕실 무덤(KV42)에서 발굴됐다. 미라화 과정에서 나온 장기들이 보관된 석회석 항아리(canopic jar) 4개도 함께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현재 독일 하노버 아우구스트 케스트너 박물관에 있는 폐와 간이 담긴 두 항아리의 향유 잔여물을 통해 방부처리에 사용된 미라화 물질을 첨단 기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향유 잔여물에는 밀랍, 식물성 기름, 동물성 지방, 역청, 지중해 낙엽송을 포함한 소나뭇과 나무 수지, 발사믹 물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마르 수지 또는 피스타시아 나무 수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두 항아리에서는 모두 쿠마린과 벤조산 화합물도 확인됐다. 쿠마린은 계피와 완두콩 등 다양한 식물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바닐라 같은 향이 있으며, 벤조산은 여러 종류의 나무와 관목 수지에 들어 있는 방향성 물질이다.
특히 지중해 낙엽송 수지에 들어 있는 라릭솔(larixol)과 인도·동남아에서 자라는 딥테로카프 나무의 다마르 수지 또는 캐슈과 피스타시아 나무 수지 등은 폐가 보관된 항아리에만 발견됐다.
연구팀은 두 항아리 중 하나에서만 이런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은 미라를 만들 때 다른 장기를 보존하기 위해 서로 다른 향유를 사용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세넷나이의 장기 처리에 사용된 향유 성분은 같은 시기 다른 미라들의 향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이들 성분 대부분은 이집트 이외 지역에서 수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향유의 복잡성과 수입 재료 사용은 세넷나이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는 그가 파라오 측근 중 높은 평가를 받던 인물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 재료 중에는 지중해 북부의 낙엽송 나무 수지와 동남아 열대우림 나무에서만 나오는 다마르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알려진 것보다 거의 1천년 전에 동남아와 장거리 무역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연구자인 아우구스트 케스트너 박물관의 크리스티안 로벤 큐레이터는 "초기 시대에만 볼 수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재료들은 정교한 미라화 과정과 이집트의 광범위한 무역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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