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활동 흐름을 보여주는 세 가지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全) 산업생산 지수는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수출 출하가 전달보다 14.5%나 급감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수출 여건이 더 악화했다는 의미다.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3.2% 줄며 2020년 7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설비 투자는 8.9%나 줄어 2012년 3월(-12.6%)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상했지만, 하반기 경기 반등이 기대만큼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해석을 낳는다.
정부는 7월 산업활동 지표에 일시적 요인들이 크게 반영됐고, 대부분의 선행지표는 개선되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것이다. 과연 정부의 예상대로 이런 선행지표들이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수출 부진 속에서 성장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소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더욱 그렇게 만들고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물가 상승을 감안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9% 줄었다. 가계가 부담한 이자 비용은 42.4%나 늘었다. 이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지출 둔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날 고용노동부 발표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노동자 1명당 월평균 실질임금도 0.6% 줄어 넉 달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2.3%까지 내려갔던 물가도 석유류 가격 급등 등의 이유로 다시 3%대로 올라설 조짐이다. 온통 경기 전망을 암울하게 만드는 지표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물가안정 기조를 확실히 다지고 서민과 취약계층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추석 포함 연휴를 6일로 늘리는 등의 여러 내수 진작 대책도 내놓았다. 이런 대책이 실질적인 소비 증진 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당장은 하반기에 내수조차 살아나지 않으면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1.4%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등으로 장기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아니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부동산발 경제 위기 조짐이 여전히 심상찮은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호전될 기미는 찾기 어렵다. 스스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되살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그런데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은 말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행동은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야는 내달 1일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경제 문제만큼은 협치의 지혜를 발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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