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공장지대에 편의·주거 기능 보완한 지식산업센터 채워
정부, '킬러 규제' 완화로 노후 산단→산업 캠퍼스 탈바꿈 유도
(안산=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지난달 31일 찾아간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공단.
1978년 착공으로 개발이 본격화한 반월공단 한가운데 도로를 달렸다. 차창 밖으로 무채색 벽에 파란 지붕을 얹은 저층 공장들만 휙휙 스쳐 지나가 마치 1990년대쯤에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자동차들이 도로 갓길 주차를 하는 데 그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도 위로 올라가 두 줄로 주차를 한 '삼중 주차'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와 심각하다는 주차장 부족 문제를 실감케 했다.
노후 공단의 고질적 주차난은 공단 생활 여건을 악화시켜 특히 젊은이들이 공단을 외면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된다.
반월·시화공단 사업주 모임인 스마트허브경영자협회 최철호 회장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저희 회사 직원들도 90%가 자가용을 갖고 다니는 형편"이라며 "청년들이 반월이나 시화에 오지 않으려는 주원인 중 하나가 교통 문제인데 주차난도 해소되지 않아 큰 숙제"라고 걱정했다.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생활의 불편함은 교통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철 주변 상업 지역에서 조금만 멀어져 공장 지대 쪽으로 들어가면 카페, 식당, 편의점 같은 상업 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려면 차를 타야 한다는 말이 이해됐다.
40여년에 걸친 세월이 11만명이 넘는 이들의 일터이자 우리나라 뿌리산업 집적지로 활력이 넘치던 반월공단의 모습을 변모시켰다.
'78년생' 반월공단은 '수직 복합 개발'로 다시 활력을 되찾고 청년을 품는 공단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서해선 원시역 인근에서는 지상 14층짜리 '안산 KDT 지식산업센터 융복합 시설' 공사가 올해 11월 준공을 목표로 한창이었다.
저층 노후 공장 지대 한복판 창고를 허물고 아파트형 공장, 상가, 오피스텔이 섞인 복합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대지 면적 3천평, 연면적 2만1천평 규모다.
노후 산단 환경을 개선하는 '구조 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산단환경개선펀드 150억원이 마중물이 돼 민자를 유치, 총 1천316억원이 투입됐다.
정부는 토지 용도를 '지원 용지'에서 '복합 용지'로 변경해 공장, 상업 시설, 주거용 오피스텔이 한 데 섞인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건물이 들어서면 공장 환경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대에 수십년간 존재하지 않던 음식점, 카페 등 상업시설과 주거 공간이 새로 생긴다. 이 건물 1∼2층의 상가는 50여호, 6∼14층 오피스텔은 496호에 달한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이안종합건설 최기창 상무는 "이 정도 규모의 편의 시설을 가진 건물이 이제껏 인근에서 준공된 사례가 없어 주변 다른 기업에 계신 분들의 생활 편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건물이 '다가올 미래'라면 4호선 안산역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13층짜리 아파트형 공장인 '안산스마트스퀘어 지식산업센터'는 '다가온 미래'라고 할 수 있다.
100% 민간 투자로 지어진 이 건물에는 841개사가 입주했다. 1∼2층에는 식당, 카페, 은행, 우체국, 골프 연습장 같은 상업 시설들이 가득 들어섰고, 3층부터는 공장, 사무실, 창고 등으로 채워졌다.
10t 트럭이 제품이나 원부자재를 싣고 건물 내 램프를 타고 올라가 각 층에 있는 공장 정문 앞까지 접근할 수 있다.
이곳에선 반월공단과 인근 시화공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젊은 근로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울 소재 신발과 트렁크를 비롯한 여행용품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 우주텍은 이 건물에 카페처럼 세련되게 꾸민 제품 전시 공간과 사무실, 물류 창고를 함께 만들었다. 35명의 전체 직원 중 20∼30대 직원이 주력이다.
다른 입주 기업 니쿠스의 구성민 대표는 "좋은 위치, 주차장 같은 편의시설 등 이점을 함께 누리는 집약된 공간으로 보면 된다"며 "서울 구로 일대 지식산업센터가 IT 업체 사무실 위주로 운영돼 일반 오피스 개념이 강해졌지만, 여기는 실제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진짜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입주 업종, 토지 용도, 매매·임대 제한이라는 '3대 킬러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노후 산단을 첨단·신산업과 청년 근로자를 품은 '산업 캠퍼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국의 산단은 1천274개로 12만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중 착공 20년이 지난 노후 산단은 작년 기준으로 471개에 달한다.
2021년 기준으로 산단 입주 기업들은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생산의 62.5%, 수출의 63.2%, 고용의 53.7%를 담당하고 있다. 뿌리 산업에서부터 첨단 산업에 이르는 기업들을 품은 산단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한 이유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