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총기난사 음모 혐의 30대 남성, 2년만에 누명 벗어

입력 2023-09-01 05:50  

美시카고 총기난사 음모 혐의 30대 남성, 2년만에 누명 벗어
"시 당국자들이 총기사고에 대한 관심·경각심 조성하려 악용"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2년 전 미국 독립기념일에 시카고 도심의 한 호텔 객실에서 창밖 군중을 향해 총기를 난사할 구상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30대 남성이 누명을 벗었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검찰은 금주 초, 아이오와 주민 키건 캐스틸(34)의 중범죄 혐의에 대한 공소를 모두 취하했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캐스틸은 경범죄에 해당하는 부주의한 행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500달러(약 66만 원) 벌금 납부와 함께 향후 10개월간 법원에 소재를 보고하기로 했다.
캐스틸은 지난 2021년 7월4일 가족과 함께 시카고로 여행 와서 관광명소 '네이비피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미시간호변의 W호텔 12층에 투숙했다가 뜻하지 않은 일을 겪었다.
호텔 객실 청소요원이 캐스틸의 방에서 사냥용 소총과 권총 각 1자루, 탄창 등을 발견했다며 신고했고 경찰은 그를 체포했다.
체포 직후 로리 라이트풋 당시 시카고 시장과 데이비드 브라운 당시 경찰청장은 "독립기념일을 맞아 수많은 인파가 몰린 네이비피어에 총기가 난사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공표했다.
라이트풋 전 시장은 경찰이 압류한 캐스틸 소유의 총기를 '전쟁 무기'로 칭하며 "테러가 자행될 수 있었다"고 불안감을 조성했고, 브라운 전 경찰청장도 "무기가 호텔 직원에게 발견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총기 난사 가능성을 막았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2년여에 걸친 수사 끝에 캐스틸이 총기 난사를 계획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아이오와주 소도시 앵커니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는 캐스틸은 당시 네이비피어의 대관람차에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시카고를 찾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호텔 방을 수색한 경찰이 압수한 물건 중에 다이아몬드 반지도 포함돼있었다며 캐스틸은 아이오와주 총기 면허를 소지한 합법적 총기 소지자라고 확인했다.
캐스틸은 여자친구와 두 자녀를 데리고 여행을 오면서 급하게 짐을 챙기느라 차에 실려있던 총기를 빼놓는 것을 잊었다며 "시카고에 머무는 동안 안전을 위해 총기를 호텔 방에 보관하기로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언론은 2017년 라스베이거스 호텔 고층 객실에서 60대 남성이 인근 콘서트장을 향해 총기를 난사, 61명이 숨진 사건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일부 수사관들은 "어린 자녀들까지 데리고 와서 그런 일을 하려 했을까"라며 의문을 표했다.
캐스틸은 불법 무기 사용 관련 2건의 혐의로 기소돼 시카고 관할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보석금 1천달러(약 135만 원)를 납부하고 석방됐다.
선타임스는 보석금이 소액인 점에 착안, "판사들 역시 당시 캐스틸이 지역사회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믿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라이트풋 전 시장은 당시 캐스틸이 단순히 무기 소지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불만을 표하면서 "그나마 다행히 연방수사국(FBI) 합동테러대책본부가 사건을 리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FBI는 결국 캐스틸이 공공안전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소 취하 결정이 내려진 후 캐스틸은 변호인을 통해 "누명을 벗어 기쁘다. 모두 털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시카고 전 시장과 전 경찰청장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인해 캐스틸은 언론에서 매우 불공정하게 다뤄졌다며 "시카고 총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조성하고 관심을 끌기에 좋은 이야기 소재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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