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어려움' 인정하면서도 경제 붕괴론·투자 불안엔 민감 반응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현재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라는 논리를 펴며 경제 불안감을 잠재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지난달 31일 게재한 '중국 경제를 독해하려면 회색 필터를 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최근 미국과 서방의 일부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중국 경제가 잘 안될 것이라 외치고 있다"며 "경제를 볼 때는 단기적인 파동의 형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세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설은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단편적·국지적·단기적인 파동의 데이터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고, 중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 나타난 단계적 도전을 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자신감의 불을 꺼버리며,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수십 년 동안 '중국 경제 붕괴론'이 여러 차례 부침을 겪어왔지만 결국에는 모두 사실 앞에 붕괴했다"며 "서방의 이론을 답습하고 억지로 적용해 중국을 독해하려는 것은 오해를 낳을 뿐"이라고 했다.
신화사는 다만 "경제 회복은 지금껏 모두 '파도형 발전'(波浪式發展)이요, '구불구불한 전진'(曲折式前進)의 과정이었다"며 경제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인식을 중국 정부 또한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파도형 발전'과 '구불구불한 전진'은 올해 7월 24일 시진핑 국가 주석이 주최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 표현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회의 다음 날 기관지 인민일보 1면 머리기사에 이 표현을 썼고, 이례적으로 "현재의 경제 운영은 새로운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문장을 내걸면서 '경제난'을 인정했다.
이후 최근에는 중국 당국자들도 이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위기 상황임을 보여주는 지표는 여럿 존재한다. 거대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가운데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겼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4월 5.6%에서 7월 3.7%로 떨어졌고 소매판매 증가율도 같은 기간 18.4%에서 2.5%로 주저앉았다. 수출 증가율도 3월 14.8%에서 7월 -14.5%로 곤두박질쳤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세계 각국은 이런 중국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기복과 곡절이 있기는 해도 결국에는 전진할 것'이라는 논리를 설파하는 것은 안 그래도 회복이 더딘 경제가 국내외 불안감 고조로 외국자본 이탈 등 더욱 큰 난관을 맞아서는 안 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방중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29일 상하이로 가는 길에 "(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이 너무 위험(risky)해져서 투자가 불가능하다(uninvestible)는 말을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외교부와 상무부를 총동원해 '중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메시지를 내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전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중국 경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잘하고 있다'는 글에서 중국의 소비 반등세 등 긍정적인 지표를 소개하며 힘을 보탰다.
그는 "당연하게도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은 '파도형 발전'이자 '구불구불한 전진'의 과정"이라며 "우리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 조치를 취해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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