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합작사 설립 후 협력 지속…브라운관 유리에서 접히는 유리까지
이건희-제임스 호튼·이재용-웬델 윅스, 대이은 '수시 교류'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국 특수유리 제조업체인 코닝이 한국을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제조 허브로 삼기로 한 것은 삼성과 50년간 이어진 협력 관계가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코닝의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코닝의 우정어린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며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삼성과 코닝은 1973년 합작사 '삼성코닝'을 설립한 이후 50년간 협력 관계를 지속해 왔다.
삼성전자는 TV 브라운관의 핵심 소재인 벌브 유리 생산을 위해 1973년 코닝과 합작사를 설립, 소재 산업에 진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브라운관 제조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부품인 벌브 유리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는데, 이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구상했고, 결국 세계 최초로 TV용 벌브 유리를 개발·생산한 코닝과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코닝은 1975년 4월 수원전자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120만개의 흑백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 융착 생산 라인을 준공했다.
삼성코닝은 1979년 월 40만대의 흑백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를 생산, 세계 1위 생산 업체로 성장했고, 1983년에는 컬러 브라운관용 벌브 유리 생산도 시작했다.
이후 삼성코닝은 플라즈마표시장치(PDP),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신기술에 핵심적인 소재와 부품 등을 생산해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기판용 유리 제조를 넘어 다른 사업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적 협력'을 위해 2014년 삼성코닝 보유 지분 전량을 코닝에 매각하고, 미국 코닝 본사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코닝과의 장기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이재용 회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은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지분율 11.39%)에 이어 코닝 지분 9.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앞서 2012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이 함께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를 세우기도 했다.
삼성과 코닝의 긴밀한 협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폴드5, Z플립5에도 코닝의 최첨단 소재 기술로 만들어진 '고릴라 글라스 빅투스2'가 적용됐다. 삼성 폴더블폰에 사용되는 '접히는 유리' 벤더블 글라스도 코닝이 공급하고 있다.
삼성과 코닝은 내년 스마트폰 신제품에 사용될 신소재도 공동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에 이어 이재용 회장도 코닝 경영진과 사업 파트너 이상의 긴밀한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과 고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은 생전 서울과 코닝 본사가 있는 뉴욕을 수시로 오가며 교류했다.
이재용 회장과 웬델 윅스 회장도 선대와 마찬가지로 수시로 교류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나기도 했다.
방한 중인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코닝은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불러왔다"며 "코닝의 선대 회장 가문인 호튼 가문과 삼성과의 우정에서 시작된 유산을 오랜 벗이자 훌륭한 리더인 이재용 회장과 함께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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