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안에 공정위·금감원·검찰 동시조사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배영경 송은경 홍유담 기자 = 여의도 증권가가 이례적인 동시다발 수사 및 검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증권사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높은 피로감을 드러냈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 잦은 수사와 검사에 나서는 것이 아닌지 당국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 위축뿐 아니라 이미지 악화, 투자자 신뢰 추락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0대 대형 증권사 중에 검찰의 압수수색, 금융감독원의 검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등을 겪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수사와 검사, 조사 사유를 보면 2019년에 발생한 라임펀드 환매 사태부터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 채권형 랩·신탁상품 불건전 영업 관행,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주가폭락 사태 등 최소 4개 이상이다.
무엇보다 라임펀드 사태가 수사선상에 다시 올라 업계 피로감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달 31일 미래에셋·NH투자·유안타증권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라임펀드 환매 당시 펀드 운용사와 소통해 특혜 환매가 이뤄진 것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다수 주요 증권사는 지난 6월부터 지난 달까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현장 조사를 동시에 받았다.
공정위는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키움·메리츠·대신·신한투자·교보·DB금융투자 등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를 현장 조사했다. 국고채 전문 딜러(PD)로 지정된 이들 증권사가 국고채 입찰 참여 과정에서 부당하게 정보를 교환하거나 담합했는지를 본 것이다.
비슷한 시기 금감원도 채권형 랩·신탁상품 불건전 영업 관행과 관련해 지난 6월부터 지난 달까지 주요 증권사들을 상대로 조사했다.
사실상 증권업계 전체가 검찰 수사와 금감원 검사망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개별 증권사 중에선 KB증권이 거의 매달 검사와 수사에 시달렸다. 지난 2월 환매 중단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여부 점검부터 모두 네 차례의 금감원 수시검사와 무더기 주식 폭락사태 등으로 인한 두 번의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키움증권은 올해 무더기 주식 폭락사태와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을 두 차례, 금감원 검사를 한 차례씩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압수수색이 들어온 곳은 큰 문제가 있는 곳으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압수수색이 남발돼 무감각해졌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례 없이 이슈가 자주 생기고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아 답답한 측면이 있다"며 "당국이 증권사를 잘못된 조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나 감독원에서 수사나 검사를 나오면 담당자는 거의 일을 못 한다"며 "증권사마다 최근 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가 너무 많아 수감부서들이 너무 괴로워한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업계 내부에선 이번 라임펀드 재조사를 놓고 특정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냐며 불편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선 일부 증권사들이 이미 2019년부터 거의 해마다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공평하게 환매되지 않은 정황이 있었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판매 부분은 무혐의로 결론이 난 상황인데 (어느 증권사라도) 언제라도 다시 겪을 수 있는 일 같아서 남 일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상품 판매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어떤 혜택을 줬는지에 대한 정치적 이슈나 관심에 중점을 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펀드시장 위축이나 투자상품의 자기 책임 원칙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재조사까지 하는 상황에서 어떤 증권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펀드를 판매하겠는가"라며 "펀드시장은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손실 위험을 수반한 투자상품 책임 여부를 판매사에 돌리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연될까 우려된다"며 "자본시장 투자문화가 후퇴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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