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스텔란티스, 중국 스타트업과 기술협력 추진…도요타도 BYD와 협업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내연기관차 시절 외국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는 입장이었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자율주행 시대에는 주요 기업에 기술력을 제공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링파오)와 기술 협력을 추진 중이다. 폭스바겐은 링파오로부터 전기차 플랫폼 기술을 사들여 자사의 콤팩트 세단 제타 생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립모터는 C01, C11 등 'C시리즈'로 불리는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의 뼈대랄 수 있는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 배터리 셀 여러 개를 묶는 중간 단계(모듈)를 건너뛴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 등을 보유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에는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 지분 5%를 7억달러(약 9천250억원)에 사들이며 2026년 샤오펑과 중국 시장에 중형 전기차 2종을 공동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샤오펑은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로, 폭스바겐은 구매력과 대량 생산 능력으로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샤오펑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9에 탑재되는 플랫폼 '에드워드'와 디지털 계기판 등 하드웨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향후 출시될 신형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 역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립모터와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도요타는 작년 10월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bZ3을 출시했다. BYD는 완성차뿐 아니라 모터,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BYD가 제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칼날(블레이드)처럼 얇고 긴 배터리셀 여러 개를 끼워 넣은 뒤 모듈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배터리 팩으로 만들어져 '블레이드 배터리'로 불린다. 납작하다는 장점 때문에 배터리팩 용량을 늘리는 데 유리하고, 일부 한국산 전기차에도 탑재된다.
기아가 중국 전략차종으로 출시 예정인 준중형 전기 SUV EV5의 중국 판매분에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며, KG모빌리티가 이달 출시하는 전기 SUV 토레스 EVX에도 BYD의 배터리가 쓰인다.
중국은 이 같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전동화 전환이 가장 빠른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며 전기차를 앞세워 자동차 수출도 늘리고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 7월 중국의 승용차 수출 대수는 작년 동기보다 63% 증가한 31만대를 기록했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수출은 8만8천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 상당수는 자동차를 살 때 주행 성능이나 승차감보다 자율주행 기술, 최신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의 탑재 여부에 더 민감하다"며 "이런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폭스바겐, 도요타 등 전통 업체는 최근 현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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