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도피 끝에 귀국해 8년형 받아…10일 만에 감형 발표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해외 도피 15년 만에 귀국한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의 형량이 왕실 사면으로 1년으로 대폭 줄었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왕실은 이날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이 8년 형을 받고 수감 중인 탁신 전 총리의 형량을 1년으로 감형했다고 밝혔다.
왕실은 "이로써 탁신이 그의 지식과 경험을 국가가 더 발전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탁신은 군주제에 대한 충성과 사법 제도에 대한 존중을 보였다"며 총리를 지냈고 건강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탁신은 전날 정부에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하루 만에 감형 결정이 왕실 관보에 실렸다.
통신 재벌 출신인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총리에 올랐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농민과 도시 빈민 계층의 지지를 받았다.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 끝에 그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고, 2008년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기 전 해외로 달아났다. 4건의 궐석 재판에서 그는 총 12년 형을 받았다.
15년간의 해외 생활 끝에 그는 지난달 22일 귀국했고, 대법원은 8년간 수감 생활을 하라고 명령했다. 수감 첫날 밤 고혈압 증세를 이유로 그는 경찰병원에 입원했다.
탁신이 귀국할 때부터 그가 감옥에서 오랜 시간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탁신 측은 부인했지만, 귀국 전에 이미 군부 등과 사면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탁신이 귀국하던 날 탁신계 정당인 프아타이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탁신의 측근으로 알려진 세타 타위신이 의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됐다.
프아타이당은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개혁 성향의 전진당(MFP)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의회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프아타이당이 정부 구성 주도권을 넘겨받았다.
프아타이당은 전진당과의 협력 관계를 끊고 탁신을 쫓아낸 군부 측과 연대해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했다.
일각에서는 탁신의 병원행이 특혜라고 비판하고 그를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청원을 내기도 했으나, 세간의 예상대로 수감 생활은 크게 줄게 됐다.
지난 20여년간 태국 정치는 탁신 대 반(反)탁신 세력으로 갈라져 대립해왔다.
탁신은 오랜 세월 태국을 떠나있었지만, '레드 셔츠'로 불리는 지지 계층은 그를 계속 추종했다.
프아타이당의 집권, 귀국과 감형으로 탁신은 막후에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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