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벨라루스 장관 "용병들, 벨라루스 여권으로 EU 영토 잠입할 수도"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러시아의 동맹국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발트3국이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 후에도 벨라루스에 잔류하는 러시아 민간 용병단 바그너그룹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벨라루스 여권을 갖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자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와 발트 3국으로 진입해 국경지대에 불안을 조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사망한 이후에도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고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은 살아 있었고, 살아 있고, 벨라루스에 계속 살 것"이라고 말했다.
라디오 자유 유럽은 최근 벨라루스에서 바그너그룹 용병 5천명이 머물려 했던 야영지가 해체되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공개했지만, 지금까지 바그너그룹의 거취는 항상 비밀에 부쳐져 왔다
이에 더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주 수일간 1만명에 육박하는 바그너 용병이 벨라루스에 머물 것이라고 밝혀,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에서 떠나고 있다는 보도에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바그너 용병 중 어느 정도 규모가 벨라루스에 계속 머무는지와 관계없이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이들을 위협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 3국 내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벨라루스에 바그너그룹을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경지대에서 모든 난민을 철수해 출신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들 3국은 바그너그룹이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수장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실패 이후 벨라루스로 오면서, 이들 용병이 난민으로 위장해 EU 회원국으로 잠입할 것으로 우려해왔다.
실제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7월 "바그너 용병들은 바르샤바로 소풍을 가려 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망명 중인 파웰 라투슈코 전 벨라루스 문화장관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라투슈코 전 장관은 최근 PAP통신에 "바그너 용병들이 거짓 이름과 성을 기재한 벨라루스 여권을 받았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이들이 EU 영토에 침입해 국경지대에 불안을 조장하고,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벨라루스에는 수천 명의 바그너용병이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그너그룹의 주둔이 시작된 이후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국경 경비를 대거 강화하면서 나토 동부전선 방어에 나선 바 있다.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는 680km, 폴란드는 418km, 라트비아는 172km의 국경을 각각 맞대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자국과 벨라루스 사이 국경에 5.5m 높이의 철조망과 장벽 등을 설치했지만,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 간 국경 중 100km는 강둑과 호수로 물리적 장벽이 없는 상태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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