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도입 '先선발 後교육 제도' 무색…'취업 보장'까지 내걸었는데
코로나 거치며 지금은 '폐지'…"항공사 자율적 조종사 양성"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8년 '2022년까지 3천명의 항공조종사를 양성하겠다'며 조종사 선(先)선발 후(後)교육 제도를 도입했으나, 정작 이를 통해 채용된 조종사는 3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선선발 후교육 제도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 제도를 통해 선발된 조종사 후보생 523명 중 채용된 인원은 37명이었다.
선선발 후교육 제도는 항공사들이 조종사 후보생을 선발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 뒤 채용 절차를 거치는 시스템이다. 국토부·항공사·대학 및 훈련기관이 협의해 지난 2018년부터 실시됐다.
항공사별 조종사 후보생 선발 규모는 대한항공 196명, 아시아나항공 98명, 제주항공 59명, 진에어 58명, 에어부산 28명, 티웨이항공 53명, 에어서울 13명, 이스타항공 18명이다.
이 가운데 교육과정 수료 후 곧바로 채용 전환된 인원은 37명으로, 회사별로는 티웨이항공이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나항공 9명, 대한항공 7명 순이었다.
국토부는 당시 정책을 홍보하며 '훈련을 잘 마치면 채용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내걸었고, 협약을 맺은 일부 훈련기관도 '채용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소개했지만, 실제 채용은 미진했다.
또 선선발 후교육 제도에 따른 조종사 후보생 중 채용 탈락자는 29명이었다. 이 가운데 23명은 제도 도입 직후 조종사 후보생으로 선발됐지만 5년가량 지난 올해 상반기에야 '탈락'을 통보받았다.
오랫동안 쌓아온 '조종사의 꿈'이 꺾인 탈락자들은 반발했고, 일부 항공사는 이들에게 한 차례 더 기회를 주기로 한 상태다.
나머지 조종사 후보생 457명은 중도 포기, 교육 중, 수료 후 채용 대기 등으로 분류된 상태다.
선선발 후교육 제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12월 폐지됐다.
기존 '선교육 후선발' 시스템은 조종사 준비생들이 자격 취득을 위해 '억 단위'를 지출하며 해외에서 200∼1천 시간의 비행 경험을 쌓은 뒤 채용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다수의 '비행 낭인'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베테랑 조종사들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등 조종사 수급 불안정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선선발 후교육 제도는 2018∼2020년 523명의 조종사 후보생을 선발하며 순항하는듯했으나,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불황에 빠지며 동력을 잃었다. 당장 2021년부터 선발을 중단했다.
이후에도 교육을 수료한 이들의 채용 전환이 기대에 못미치는 등 '3천명 조종사 양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와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후보생들이 장시간 비행을 쉰 데 따른 비행시간 미달 및 요건 부족을 이유로 탈락시킨 것이라며 남은 선발 인원에 대한 채용을 향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에 선선발 후교육 제도와 관련한 협약을 성실히 이행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항공사에 채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정부 주도의 선선발 후교육 제도는 폐지하지만 향후 항공사들이 자율적으로 조종사 양성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해당 제도와 별개로 2009년부터 항공대와 민항공기 조종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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