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국가 약탈하는 사업 더는 안돼"…부패척결 작업에 속도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노재현 기자 = 우크라이나의 재력가 이호르 콜로모이스키(60)가 2일(현지시간) 사기 및 돈세탁 혐의로 체포됐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날 텔레그램에 게시한 성명에서 "이호르 콜로모이스키는 2013∼2020년 5억 흐리브냐(약 185억원) 이상을 해외로 빼돌려 통제된 은행들을 이용해 합법화(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SBU은 콜로모이스키가 자택 문 앞에서 형사들에 둘러싸여 서류에 서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법원은 이날 콜로모이스키에 대해 2개월 구금 명령을 내렸다.
콜로모이스키는 은행, 에너지, 언론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을 경영한 우크라이나 최고 부자 중 한 명이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영 은행이었다가 2016년 국유화된 프리바트 방크도 그의 소유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TV 채널 '1+1'도 운영하고 있는데, 코미디언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통령 역할을 맡아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 이 채널에서 방영됐다.
이런 배경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콜로모이스키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부인해왔다.
콜로모이스키는 오히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추진하는 강력한 부패 척결 작업의 주요 표적이 된 상황이다.
SBU는 지난 2월 부패를 적발하겠다며 콜로모이스키 등의 가택 수색을 했다. 당시 콜로모이스키는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2개 석유 기업에서 횡령·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미국은 2021년 '심각한 부패'에 연루됐다며 그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은 콜로모이스키가 훔친 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으나 그는 혐의를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공개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약탈하고 법과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수십년간 그랬던 것처럼 사업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법 집행기관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콜로모이스키 사건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콜로모이스키 체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패와의 전쟁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전국 병무청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정 축재나 징병 대상자의 국외 도피 알선 등 권한 남용 사례들이 드러났다며 전국 병무청장을 일제히 해임했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부패를 국가 반역죄와 대등하게 다스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신뢰를 얻고 유럽연합(EU) 가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부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줄곧 공공 및 정치 부문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22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크라이나는 세계 180개국 가운데 116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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