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선거 때처럼 中 위협 되풀이…"중단시 수십억달러 관세"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대만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중단이 현실화하면 대만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중국의 ECFA 중단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12일 대만의 중국 상대 무역 장벽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으며, 4개월 여만인 지난달 18일 대만의 무역 제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비차별 원칙과 수량 제한 철폐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만이 중국 제품의 수입 금지 범위를 매년 확대하는 바람에 중국의 석유, 방직, 엔진 설비, 자동차 등 상품과 농산물, 생활필수품의 수출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4일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외교가에선 중국 당국이 이를 바탕으로 더 조사해 대만 총통 선거 직전에 대(對)대만 제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필요하다면 ECFA 중단 카드도 들이댈 기세다.
중국의 이 같은 위협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서도 비슷한 위협이 있었다.
2019년 8월 중국 당국의 압력을 배경으로 홍콩 범죄인 인도법이 발효돼 홍콩에서 반대 시위가 격화하고, 대만에서도 반(反)중국 분위기가 거세져 당시 민진당 후보로 재선에 출마했던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중국 당국은 ECFA 중단을 위협한 바 있다.
문제는 2010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평가되는 ECFA를 체결한 이후 대만의 전체 수출에서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한때 40%를 넘길 정도로 과도해졌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정권 교체를 갈망해온 중국은 ECFA 중단을 무기 삼아 대만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대만 역시 ECFA의 관세 특혜 내용이 일부 변경되거나 ECFA 자체가 중단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해 난감한 처지다.
대만 중국시보는 중국이 대만 제품에 대한 관세 특혜 전면 유예 또는 부분 유예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중국 관변단체인 상하이 사회과학원 산하 대만연구원의 성주위안 원장은 ECFA가 중단되면 중국으로 수출되는 대만 상품에 매년 수십억 달러의 관세가 붙을 것이라며 대만의 대중국 수출 위축은 물론 경제 상황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소장은 이어 대만이 미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로 위기를 넘기려 하겠지만, 대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만이 무역 장벽 조사에 긍정적으로 응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합리한 제한을 해제하고, 산업 표준화 등에 협력해야 양안(중국과 대만) 무역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미·중 양국 간에 경제·안보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참여하지 말고, 중국과 호흡을 맞춰야 대만 경제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톈진 난카이 대만경제연구소의 차오샤오헝 소장은 현 대만 정부가 독립 추구를 위해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무역 장벽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종의 조치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대만 교역액이 올해 상반기 26% 감소해 관심을 끌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과 대만의 올해 상반기 교역액은 1천51억 달러(약 13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줄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과의 교역은 대만 대외무역의 27.8%를 차지했다.
ECFA는 2008년 집권한 마잉주 대만 총통의 FTA 제안으로 중국과 논의가 시작됐다.
당국이 아닌 민간의 대만 해협교류기금회와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가 나서 2010년 6월 29일 합의했으며 2011년 1월 발효됐다. 경제 교류 활성화라는 큰 이점에도 대만의 경제 의존 심화와 주권 훼손 염려 등으로 비준 과정에서도 몸살을 겪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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