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소치서 정상회담…흑해곡물협정 논의
"유엔, 러 은행 및 식품·비료회사 제재 해제 제안"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4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흑해곡물협정 재개가 결정될지 주목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의 회담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1시에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1개월 만에 소치에서 만나는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흑해곡물협정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흑해곡물협정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중에도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해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이뤄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협정 내용 중 자국 곡물·비료 수출 관련 사항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속해서 불만을 드러내다가 지난 7월 17일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날 튀르키예 정치 소식통을 인용해 "소치 회담에서는 기존 곡물협정 실행 가능성에 주로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두 정상은 유엔이 튀르키예 참여로 초안을 마련한 새 제안을 심도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위해 새로운 제안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서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외신들은 유엔이 서방이 러시아에 가하고 있는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들을 제시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튀르키예 일간 사바흐는 유엔이 러시아 식품 제조사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폭파 피해를 평가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또 서방의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당해 국제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농업은행을 SWIFT 망에 재연결하는 방안도 유엔 제시안에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는 농업은행의 SWIFT 재연결, 비료 회사 및 관련자에 대한 제재 해제, 우크라이나를 횡단하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복원 등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져야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카타르, 튀르키예 참여로 자국 곡물을 아프리카 빈곤국에 제공하는 방안을 흑해곡물협정의 대안으로 제안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제외된 이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카타르의 재정 지원으로 러시아산 곡물 100만t을 튀르키예에 할인가에 공급하고, 튀르키예 기업이 이 곡물을 재가공해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에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 문제와 별도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허브를 튀르키예에 설립하는 계획에 관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노르트스트림의 대안으로 튀르키예 영토에 이러한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지난해 10월 제시한 바 있다.
튀르키예는 기반시설 측면에서는 러시아 천연가스 허브 구축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지만, 법률 개정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혀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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