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야니 부총리 "빠를수록 좋아"…살비니 부총리 측 "서둘러선 안돼"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이탈리아의 몬테파스키은행의 민영화 계획을 놓고 집권 연정 내에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안사(ANSA),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 2일 이탈리아 북부 체르노비오에서 열린 연례 암브로세티 경제 포럼에 연사로 나서 "몬테파스키은행의 정부 지분 매각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타야니 부총리는 같은 날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당은 몬테파스키은행 민영화 추진을 지지한다"며 "조만간 매각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별세 이후 집권 연정의 한 축인 전진이탈리아(FI)의 새로운 당 대표가 됐다.
그러자 집권 연정의 또 다른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동맹(Lega) 측에선 몬테파스키은행 매각을 서둘러선 안 된다며 타야니 부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다.
타야니 부총리와 살비니 부총리는 앞서 시중 은행들의 초과 이익에 대한 40% 횡재세 부과 계획에 대해서도 충돌했다. 살비니 부총리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정당하다며 은행 횡재세를 옹호한 반면 친시장 성향인 타야니 부총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몬테파스키은행의 공식 명칭은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로 1472년 창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우니 크레디트·인테사 산파올로 등과 함께 이탈리아 3대 은행으로 꼽힌다.
몬테파스키은행은 2000년대 초반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서 지방은행을 사들이고 투자은행 분야에도 진출하는 등 덩치를 키워갔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과 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
결국 2017년 이탈리아 정부가 54억유로(약 7조5천782억원)의 공적 자금을 긴급 투입한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의 지분 인수는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 지원 아래 이뤄진 것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EU와 합의에 따라 정부 보유 지분 64%를 매각해야 한다. 다만 지분 매각 기한은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몬테파스키은행의 정부 지분 매각 문제가 정치 쟁점이 되며 시장에서 혼선이 초래되자 잔카를로 조르제티 재무장관이 개입했다.
조르제티 장관은 전날 암브로세티 경제 포럼 연설에서 "정부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1년 우니 크레디트와 문테파스키은행 지분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최근 현지 언론매체들은 유력한 인수 파트너로 방코 BPM을 꼽았으나 이 은행은 인수 계획을 부인한 바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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