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기관 분석…고온 건조한 날씨가 화재 위험 키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기후변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25%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연구 기관 '브레이크스루 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e)의 기후·에너지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최근 네이처지에 게재했다고 LA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그간의 연구들은 기후변화가 연간 연소 면적에 미치는 영향이나 산불 발생을 부추기는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이번 연구는 지속해서 상승하는 기온이 개별 화재 발생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연구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2003∼2020년 사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약 1만8천건의 화재를 분석한 뒤 인공지능(AI)이 화재 발생 당시의 온도와 연소 규모(1만 에이커 이상)의 상관관계에 대해 학습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여러 잠재적 조건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가 극심한 산불의 발생위험을 25%가량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후변화의 구체적인 영향은 매일의 기상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특히 습도가 낮아 건조할 때 화재 위험이 훨씬 커졌다.
연구 책임자 패트릭 브라운은 뜨거운 열로 인해 대기가 토양과 식물에서 더 많은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초목이 건조해져 화재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네바다-리노 대학의 대기과학 교수 닐 라로는 "이 연구는 우리가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 특히 고온이 극심한 화재를 유발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는 좋은 틀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또 우리가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해도 수십 년 안에는 산불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2070년대에 탄소 배출량이 '넷 제로'(NET-ZERO·배출되는 탄소량과 제거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O이 되는 것)에 도달한다고 가정해도 세기말까지는 산불 발생 위험이 평균 59%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브라운은 "기후 정책의 효과를 즉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그 대신 우리는 예방적 차원의 산림 연소와 간벌(솎아베기) 같은, 보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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