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이자 297억 못 내면 디폴트 현실화…링깃화 채권 이자 지급 소식에 '희망'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촉발했던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 기간이 끝나가면서, 이번에는 이자를 지불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비구이위안이 다른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한 만큼 해당 채권에 대해서도 이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아직 갈 길이 험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달러채권 이자 5∼6일까지 내야…"3일 기준 미지급 상태"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이 지난달 초 지급하지 못한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천250만달러(약 297억원)에 대한 상환 유예기간이 5∼6일 끝난다.
이때까지 비구이위안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가 현실화하게 된다.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시 중국 부동산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고 2021년 헝다 디폴트 때보다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3일 기준으로는 아직 이 채권에 대한 이자를 내지 못했다고 채권자들에게 밝힌 상태다.
◇ 링깃화 채권 이자 지급, 위안화 채권 만기 연장은 호재
다만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비구이위안이 링깃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 285만링깃(약 8억1천만원)을 기한 내 지급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또 비구이위안 채권단이 2일 만기가 도래하는 이 회사의 39억 위안(약 7천94억원) 규모 위안화 채권에 대해 2026년으로 상환 기한을 연장하기로 1일 결정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이러한 호재에 전날 홍콩증시에서 비구이위안 주가는 전장 대비 14.6% 상승 마감하기도 했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그룹의 팅멍 전략가는 링깃화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으로 달러화 채권에 대해서도 유예 기한 내에 이자를 낼 것이라는 희망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주택 계약 판매 저조 및 추가 대출에 대한 시장의 저항 등을 감안할 때 비구이위안이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라고 봤다.
리서치업체 크레디트사이츠의 절리나 쩡 애널리스트는 "링깃화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과 위안화 채권의 만기 연장에도 불구하고, 비구이위안의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달러채 이자를 상환할 유인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민영 부동산개발사들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주택 판매가 의미 있고 지속적인 수준으로 회복될지에 달려있다"면서 "여전히 도전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당국 경기 부양책에 대도시 주택 판매는 늘어
인민은행을 비롯한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달 31일 기존에 많게는 80%에 육박했던 주택 구매 최소계약금을 생애 첫 번째 및 두 번째 구매 시 각각 20%, 30%로 완화하기로 하는 등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비구이위안으로서는 다행이다.
당국은 기존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율도 하향했고,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완화했다.
규제 완화 수준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섰다는 일각의 평가 속에, CGS-CIMB증권에 따르면 지난 주말(2∼3일) 중국의 대표적 대도시인 베이징·상하이의 기존주택 매매가 직전 주말 대비 2배로 늘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중위안의 장다웨이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일 베이징의 신규주택 판매는 1천800건을 기록, 지난달 전체 판매량 3천100건의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크리스티 헝 애널리스트는 이번 부양책이 주택 판매 둔화세가 심화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 자체를 되살릴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비구이위안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489억 위안(8조9천억원)에 이르고, 앞으로 갚아야 할 채권 원리금 총액은 157억200만 위안(약 2조8천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헝다 위기 이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디폴트에도 살아남았던 비구이위안이 이제 위기의 중심에 서서 중국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비구이위안에 대해 '탄광 속의 카나리아'(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것)라고 부르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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