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안보협정 체결하자 '중립' 지위 훼손했다며 불신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국회가 친호주 정책을 펼치던 총리를 몰아내고 친중국 성향의 전 총리를 새 총리로 선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누아투 국회는 지난 4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사토 킬만 전 총리를 새 총리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총리가 교체된 것은 바누아투를 이끌던 이스마엘 칼사카우 총리가 호주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면서 바누아투의 '중립' 지위를 훼손했다는 야당의 반발 때문이다.
칼사카우 총리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그해 12월 주요 원조 공여국인 호주와 재난 구호부터 치안, 국방, 해양 안전, 사이버 보안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안보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야당은 칼사카우 총리의 이런 행보가 바누아투의 중립 지위를 훼손하고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개발 원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바누아투 국회는 호주와의 안보 협약 비준에 동의하지 않았고, 지난달에는 칼사카우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 나섰다.
투표 결과 전체 52석의 의회에서 불신임 찬성 26표, 반대 23표가 나왔다. 이에 국회의장은 총리를 해임할 수 있는 과반인 27표를 얻지 못 해 불신임안은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은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당시 회의에 한 의원이 질병으로 불참한 만큼 51명이 참석한 의회에서 과반은 26명이라며 불신임안이 가결됐다고 판결했다.
여당은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바누아투 국회는 앞서 네 차례 총리를 역임한 바 있는 킬만 전 총리를 새로운 총리로 선임했다.
호주 ABC 방송은 킬만 전 총리에 대해 대표적인 반호주, 친중 인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총리 재임 중이던 2012년 호주 공항을 경유하던 중 검문을 받았고, 그의 측근은 호주에서 세금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바누아투에 주둔하던 호주 연방경찰을 추방하며 호주와 갈등을 빚었다.
또 2015년에는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약속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수출입은행은 바누아투의 최대 채권자로, 바누아투 외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