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 럭셔리 전기차 질주…VW는 가격 낮추기 안간힘
"30만 위안 아래 부문, 다윈식 생존경쟁"…전기차 대안도 고민
(뮌헨=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인터넷으로 주문하시면 한달 안에 배달됩니다"
5일(현지시간) 뮌헨 시내 한복판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모터쇼 독일 IAA 모빌리티 오픈스페이스의 비야디 전시장.
세계 1위 전기차 판매사로 등극한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비야디(比亞迪·BYD)는 소형, 준중형, 중형 세단과 SUV 6개 모델을 처음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전시된 차량을 이모저모 살펴보던 관람객들은 최저 3만 유로(약 4천300만원)에 불과한 가격표를 보고 감탄했다.
한 관람객은 "가격을 보니 솔깃하기는 하다"면서 "가장 비싼 차(7만 유로·약 1억원)가 맞은편 폭스바겐의 가장 싼 차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야디는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 폭스바겐 맞은편에서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었다.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든 정통 강자 독일차들이 내연기관차에 안주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안방에서 미국과 중국산 전기차의 도전에 직면한 전통 강자 독일차들이 전기차로 전면 노선 전환을 본격화했다.
◇ 폭스바겐 CEO "전기차 큰 도전…배터리 규격 통일해 비용 50% 절감"
급부상 중인 토종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 가장 압박받는 것은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다.
15년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로 판매 1위를 해온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서 토종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추락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다른 독일차 업체들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반면, 폭스바겐은 이름대로 국민 누구나를 위한 차를 생산해야 하므로 중국 전기차들과 가장 가깝게 맞붙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뮌헨 박람회장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콘퍼런스에서 전기차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게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이는 큰 도전"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전기모빌리티로 인한 비용증대는 상품의 종류와 충전 기반 시설, 적정한 가격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면서도 우리는 기술을 믿는다고 말했다.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모빌리티서비스 측면에서 기술을 믿되 폭스바겐그룹 특유의 규모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리가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할수록 더 큰 규모의 효과를 보고, 원가 포지션이 개선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우리는 배터리 규격을 통일했고, 이를 앞으로 생산할 우리 자동차의 80%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용을 50% 절감할 수 있었다. 배터리는 영향력이 크다. 이것이 감당할 수 있는 모빌리티를 제공하기 위한 우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2021년 자사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타격을 입은 바 있다. SK그룹은 최근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IAA 모빌리티에서 '모두를 위한' 2만5천유로(약 3천582만원)짜리 전기차 ID.2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2025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한다.
블루메 CEO는 "ID.2 콘셉트카는 고객을 전기차로 넘어가게 할 양대 축인 지속가능성과 즐거움을 갖춘 차로 고객들 2만5천유로를 감당하면 된다"면서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객들이 갈 수 있도록 적절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자동차업계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아울러 2026년께 중기적으로 전기·전자 아키텍처가 통합된 미래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로 전환해 투자 및 연구개발 비용을 약 30%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벤츠 CEO "전기차 마라톤 초기"·BMW CEO "2025년 차세대 출시 적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이번에 새 플랫폼에 기반한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이면서 전기차로의 노선 전환에 속도를 한층 높였다.
이들은 다만, 중국 시장에서 100여개 업체가 30만위안(3만8천유로) 미만 시장에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그 위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라고 지적했다. 중국차들이 유럽 시장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고도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IAA 전시회 전야제에서 첫 차로서 전기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콘셉트카 CLA 클래스를 선보이면서 "자동차의 전동화를 향한 길은 마라톤"이라며 "우리는 이제 42.195km중 7∼8km에 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하는 CLA클래스는 향후 모든 전기차 모델의 기반이 될 모듈형 아키텍처(M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1회 주행 시 주행거리를 750km로 늘렸고, 400km 주행을 위한 충전 시간은 15분으로 줄였다.
주행시간을 비슷한 모델보다 35% 늘리고,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동력은 효율화다. CLA클래스 운행에는 100km당 12kWh밖에 소모가 안 되며 배터리에서 휠까지 최대 93%에 이르는 높은 에너지효율을 자랑한다. 이는 100km당 연료 1L를 쓴다는 폭스바겐의 1L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전기차 시장의 동력은 위가 아닌 아래에서 온다"면서 "30만 위안(5천479만원) 아래 부문에서는 다윈식 생존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벤츠가 도전장을 내민, 이보다 위 부문을 보면 전기차는 아직 시작 단계로, 고가 모델에서는 고객들이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중국차들이 독일에서 부르는 가격은 놀랍도록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CEO는 전시회 사전 행사에서 "2025년은 차세대 전기차 출시에 적기"라면서 "전기차 업계는 기술 도약 직전에 있다. 배터리가 큰 도약을 앞두고 있고 2020년대 중반을 맞아 전기차 수요가 뚜렷하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BMW그룹은 이번 전시회에서 2025년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인 비전 '노이에 클라쎄'를 공개했다. 노이에 클라쎄의 차량설계 플랫폼은 앞으로 모든 BMW 전기차 모델의 기반이 된다. 먼저 SUV가 그다음에는 세단이 출시된다. 현재 전기차보다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는 각각 30% 늘어난다.
다만 집세 CEO는 전시회 개막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 중에는 유일하게 수소차를 부각하는 등 전기차의 대안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서 2013년 생산 담당 임원으로 BMW가 전기차 i3를 출시했다가 수십억 유로의 손실을 입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회의가 있는 편이다.
그는 "수소는 전산업에서 잠재력이 있다. 이는 우리가 일상 도로에서 수소차를 테스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IAA를 앞두고 독일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방적인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은 태만하다"면서 "전기모빌리티가 미래 모빌리티에서 가장 중요한 길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수소연료셀과 같은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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