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개도국 리더십 놓고 경쟁…국경 문제도 다시 대두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9∼10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배경에는 개발도상국들을 가리키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와의 신경전도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진단했다.
시 주석은 그간 G20을 중시하며 적극적으로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2인자인 리창 총리를 보내기로 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개도국의 지지를 받으며 선진국과 대치하는 리더로 규정하는데 올해 G20에서는 세계의 다극화가 주목받고 있어서 시 주석에게 의미 있는 회의이다.
닛케이는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 G20의 주역이었지만, 올해는 G20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의 관계에 주목했다.
시 주석과 모디 총리는 최근 들어 개도국 리더십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도는 지난 1월 전 세계 120여 개도국이 참가한 '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Voice of Global South Summit 2023) 화상회의를 개최했지만, 중국을 초청하지 않았다.
인도는 또 중국이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의 김도 빼버렸다.
지난 7월 SCO 정상회의에서는 이란이 정회원국으로 가입해 중국의 기대가 컸지만, 올해엔 SCO 의장국인 인도가 대면회의가 아니라 화상회의로 개최하는 바람에 중국의 기대에 못 미쳤다.
닛케이는 시 주석의 G20 불참에는 양국 국내 사정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2020년 5월 판공호수 난투극,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한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등 국경 분쟁으로 대립해 오고 있다.
또 중국이 지난달 29일 발간한 '공식 표준 지도'에 인도가 실효 지배하는 인도 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중국이 다스리는 인도 북부 악사이친 고원을 중국 영토로 표기해 인도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인도 여론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시 주석에 대해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닛케이는 "집권 3기에 접어들면서 시 주석의 권위가 현격히 높아졌는데 자유로운 인도에서 시 주석이 예상외의 질문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면서 "10월 중국에서 열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이 시 주석의 권위에 상처가 나지 않는 안전한 환경"이라고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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