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보다 5.4% 증가…당국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대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의 은행 등 대출 기관들이 경기 둔화 우려와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 약 4천3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쌓아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전체 현금 자산은 지난달 23일 기준 3조2천600억달러(약 4천350조원)로 작년 말보다 5.4% 증가했다.
이 같은 현금 자산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3조4천900억달러(약 4천650조원)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감소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거의 두 배가량 높은 상황이다.
앞서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해온 SVB는 뱅크런(예금인출 쇄도)에 시달리다가 순식간에 무너졌고 뉴욕 시그너처 뱅크도 그 여파로 파산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추가 연쇄파산을 막으려고 예금 보호, 유동성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각 은행도 자구책 구축에 힘을 기울였다.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7월 프리젠테이션(PT)에서 올해 1∼2분기 동안 930억달러(약 1천240억원)의 자산을 매각한 후 현금화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현금 자산 규모는 6월 말 기준으로 3천740억달러(약 499조원)에 달한다.
또 다른 금융업체 JP모건도 지난 1년간 현금을 꾸준히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현재 현금 4천200억달러(약 560조원)와 우량 유동성 자산 9천900억달러(약 1천320조원)를 보유한 상태다.
미국 중소 대출기관의 현금 자산은 연초 대비 12% 증가했고, 상위 25개 은행의 현금 보유액도 같은 기간 2.9% 늘었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 인출과 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손실 상쇄 등을 위해 높은 수준의 현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신용 평가기관 무디스의 수석 부사장인 데이비드 판거는 "이는 경기 둔화에 대한 논리적인 대응"이라며 예금 유출 발생 속에 현금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중견은행은 당국이 도입할 규제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규제당국은 자산 규모 1천억달러(약 1천330억원) 이상인 은행에 대해 더 엄격한 자본·유동성 요건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은행들도 지난 3월 SVB 사태 이후 유동성과 자산부채 관리 역량에 더 집중하는 상황이다.
EY의 금융 서비스 유동성 자문 그룹 대표인 피터 마샬은 "규제 당국은 유동성 관리와 장부상 대출에 공백이 있는 은행에 대해 느긋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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