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불참…우크라전 등 놓고 G7과 中·러 대립
공동선언 어떤 합의내용 담을지 아직 미지수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회의체인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오는 9∼10일 양일간 개최된다.
한국 등 G20 회원국과 스페인을 비롯한 9개 초청국, 유엔 등 국제기구가 참가해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구촌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안마다 주요 7개국(G7)과 중국·러시아가 대립해 회의 최종 결과물인 공동선언에 무엇이 담길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여기에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해 회의의 중량감을 떨어트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예상대로 불참한다.
인도는 물론 남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참가국 간 양자회담 등도 열린다.
◇ 기후변화, 채무국 채무조정 등 논의…합의 도출 미지수
인도는 '세계는 한 가족이다'라는 의미의 고대 산스크리트어 문헌 표현을 인용해 이번 정상회의 슬로건을 '하나의 지구·하나의 가족·하나의 미래'(One Earth·One Family·One Future)로 정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이는 모든 인간과 동물·식물·미생물의 가치가 소중하고 이들이 지구와 더 광활한 우주에서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다.
이 슬로건 아래 지속 가능한 발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더 균형 잡힌 성장 등을 논의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 채무국 채무조정, 가상화폐 규제 등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모디 총리는 이들 문제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우려를 반영해 인간 중심적 발전 방향으로 논의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현안에서 G7과 중국·러시아의 양대 그룹이 맞서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5월 풍광이 뛰어난 히말라야 지역의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열린 관광 부문 G20 실무그룹 회담에서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이콧을 했다. 이유는 회의 장소가 인도와 파키스탄 간 영유권 분쟁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모디 총리는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G20 회원국들이 단합해 지구촌 현안 해결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글로벌 사우스 지도자로 자임하는 G20 의장국 인도는 다극화한 오늘의 세계를 고려해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같은 다자 개발은행을 개혁해 그들의 우선 과제를 빈곤 퇴치에서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안 해결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사안별 실무급 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 시진핑·푸틴 불참으로 G20 정상회의 무게감 '뚝'
다만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불참은 회의 무게감을 떨어뜨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의 불참 소식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가해 모디 총리와 즉석 대화를 나누기도 한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국 불참하고 리창 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의 불참 이유는 중국 외교부가 설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러 억측이 나돌고 있다.
인도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글로벌 사우스에서 영향력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 인도가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세계 지도국으로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을 경계해 이번 정상회의를 방해하려 불참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의 불참은 또한 인도와 중국 간 해묵은 국경문제가 최근 다시 부각된 상태에서 결정돼 한층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최근 발간한 '공식 표준 지도'에 인도와 중국이 각각 실효지배 중인 아루나찰프라데시와 악사이친 지역을 각각 자국 영토로 표시해 인도 측 반발을 샀다.
이에 인도는 연례 훈련이라지만 11일간 일정으로 중국과 파키스탄 경계 부근에서 대대적인 공군 훈련을 지난 4일 개시했다. 훈련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도 계속된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지난달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화상으로 참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모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G20 정상회의 불참을 알리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대신 참가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국제사회 제재에도 러시아산 원유 등을 수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호주, 일본과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에도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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