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대출 포함하면 4천400조원 연관…예금액의 5분의 1에 달해"
"공실증가→대출축소→부실증가→가격하락 악순환"…WSJ 경고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은행업 나아가 미국 경제 전반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간접 대출을 포함할 때 미국 은행들이 가진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액은 2조2천억 달러(약 3천조원)로 2015년 이후 7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에 지방 중소형 은행들 대거 뛰어든 탓이다.
반면 미국 대형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당국 규제와 감시 탓에 위험도가 높은 상업용 부동산 위험노출액을 줄여야 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실제로 빌려준 돈이 알려진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 상업용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된 각종 채권 인수도 결국 은행이 해당 부동산에 간접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이나 부동산 대출 전문 리츠(REITs)를 대상으로 한 은행 대출이 대표적인 예다.
WSJ 자체 분석 결과, 이 같은 간접 대출을 포함한 미 은행권의 전체 상업용 부동산 위험노출액은 3조3천억 달러(약 4천400조원)로, 은행권 예금의 20%에 달했다.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줄일 경우 이는 빌딩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대출 부실을 키우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은 미국 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금리가 높아지고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이 대출 연장보다 채무 불이행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WSJ은 소개했다.
공실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로 대출 연장을 하느니 담보를 설정한 상업용 부동산을 은행에 넘기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관련 대출과 증권은 약 9천억 달러(약 1천200조원)에 달한다. 이들 대출은 대부분 현재 금리 수준보다 낮은 금리로 실행된 대출들이다.
현재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지만, 거래량이 늘면서 신저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속출할 경우 은행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베네핏 스트리트 파트너스의 마이클 컴패러토 상업용 부동산 책임자는 지적했다.
타일러 위거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상업용 부동산 고문은 "은행에 3.5% 이자를 지급하던 대출자가 갑자기 7.5%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출자가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은행들은 이를 부실 대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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