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이용하는 시티투어 버스·유람선 야외석 '한산'
쪽그늘 찾아 더위 식혀…이번 주 내내 무더위 예상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낮 최고 섭씨 35도를 기록한 6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길에 나선 지 3분도 안 됐는데 목덜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가로수가 만든 그늘로 걸어도 큰 도움은 안 된다.
샹젤리제 거리 초입에 있는 간이매점 앞에 10대 여학생 세 명이 모여 슬러시를 주문하고 있다.
아이샤(19)는 "예전엔 9월에 이렇게 덥지 않았는데, 최근 몇 년은 계속 더웠다. 올해도 8월은 서늘하고 9월이 더 더운데, 이러다 겨울엔 또 엄청나게 추워진다. 너무 날씨가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지안(17)은 "공기 오염으로 습도가 높아진 게 더 힘들다"고 토로했고, 마로아(19)는 "기후 변화 때문에 그렇다"고 거들었다.
일부러 한여름을 피해 파리를 찾은 관광객들은 9월에 찾아온 더위가 달갑지 않다.
관광객들이 한 번씩은 꼭 타는 시티투어 '빅버스'의 2층이 평소와 달리 빈 자리로 가득했고, 센 강 위를 다니는 유람선도 한산했다. 갑판 위에선 꼼짝없이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야 한다.
파리의 다리 중 가장 아름답다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주변도 여느 때보다 썰렁했다. 일부 관광객은 다리 초입의 조각상이 만든 그늘에서 더위를 한숨 식히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떠났다.
다리 위에서 팬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팔던 마르타(21)는 날이 더우면 더 많은 아이스크림이 팔릴 거란 생각을 깨줬다.
그는 "낮 기온이 28도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데 오늘처럼 30도가 넘으면 너무 더워서 보다시피 사람들이 별로 안 돌아다닌다"며 "그래서 아이스크림도 덜 팔렸다"고 말했다.
파리는 지난주만 해도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 사람들이 가을옷을 꺼내 입은 터였다. 대형 마트도 겨울용 이불을 판매대 앞에 진열하며 판촉 행사를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다.
전날 한국에서 파리로 업무차 출장 온 이모(37)씨는 "날이 추울까 봐 캐리어에 트렌치코트 등 긴 옷을 싸 왔는데, 너무 더워서 당황스럽다"며 "여긴 에어컨도 부실해 녹아내리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9월의 더위는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족들과 여행 온 페데리코는 "지금 제네바 날씨도 여기처럼 덥다"며 "익숙한 더위라 문제없다"고 했다. 그 옆의 꼬맹이 두 자녀 손에는 딸기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의 낮 최고 기온은 28∼36도를 기록했다.
높은 오존 농도에 더해 대기 순환이 안 되면서 공기 질까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위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고됐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각료들이 국무회의를 진행하던 이날 오전, 환경운동가 6명이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근처 '보보 광장'에서 오렌지색 페인트를 바닥에 뿌리며 기습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당신의 범죄, 우리의 죽음'이란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정부에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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