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러시아 밀착하는 北, 더욱 위험해질 것"

입력 2023-09-07 11:14   수정 2023-09-07 11:18

美 싱크탱크 "러시아 밀착하는 北, 더욱 위험해질 것"
CSIS, 북러 재래식 무기거래 넘어 위성·핵잠·미사일 협력 가능성 지적
"우크라·한반도 상황 동시에 복잡해져…인태에서도 해로운 결과"
"중국이 북러가 형성한 축에 가담하거나 묵인하지 않도록 경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급부상한 가운데, 북러 양국이 단순 무기거래가 아닌 최첨단 군사기술 협력으로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 '비욘드 패럴렐'은 6일(현지시간) 공개한 '새로워진 축: 북한과 러시아의 증가하는 군사협력'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CSIS는 "두 나라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뿐 아니라 한반도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려는 노력 역시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미국의 유럽 내 행보가 유럽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에서도 미국의 국익을 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CSIS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양국의 군사적 연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증거일 뿐"이라며 근래 이어진 북러간 왕래 정황을 열거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북한과 러시아 지도자들이 서한을 교환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초에는 연해주 하산역∼북한 두만강역 철도 건널목에서 작년 11월 18∼19일 러시아 기차가 북한에 들어갔다가 컨테이너를 적재한 후 돌아가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공급하는 증거라며 "우리는 바그너가 계속해서 북한의 무기 시스템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CSIS는 "러시아는 태평양함대를 위한 한반도의 부동항(겨울철에 바다가 얼지 않아 1년 내내 항해가 가능한 항구)과, 한반도를 관통해 동북아시아와 시베리아 및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에너지·수송 인프라에 관심이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이같은 관심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대미 관계가 악화하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 때문에 새삼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의 식량과 에너지 지원이 필요하며, 현재 이같은 여러 안보상황 속에 양국이 조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 CSIS의 진단이다.
실제 북한은 전쟁 발발 이후 유엔 총회에 오른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거부했으며, 러시아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의 제재를 차단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CSIS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현직으로서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한 사실에 주목하며 양국 협력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쇼이구 장관의 방북 일주일 만에 김 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을 찾아 로켓 생산능력을 점검하고 순항미사일용 엔진과 무인기 등 양산 추진을 선언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CSIS는 "양국은 식량과 에너지를 위한 일회성 무기 거래를 넘어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의 발전을 설명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미사일 협력으로 범위를 확장해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공위성, 핵잠수함, 탄도미사일 등 첨단기술 분야가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60년대 북한의 첫 미사일 체계가 된 V-75 지대공 미사일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해 S-2 지대함 순항미사일과 P-20 대함미사일 등 여러 무기체계를 이전했으며, 1991년 소련 붕괴 이후에는 러시아 과학자들이 북한에 대거 영입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기술 발전에 도움을 줬다고 CSIS는 짚었다.
또한 지난 4월 13일과 7월 12일 발사에 성공한 화성-18형 ICBM의 경우 러시아의 토폴-M과 현저한 유사성을 보이는 등 최근 북한의 미사일 기술 급성장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CSIS는 "러시아는 오늘날 북한에 있어 중국보다 더한, 가장 큰 조력자일 수 있다"며 "북한 인민군 육군의 재래식 전력을 발전시키고 현대화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역시 우려되는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CSIS는 새로이 떠오른 러시아-북한 축과 관련, 미국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몇 가지 정책적 선택지가 있다고 제언했다.
먼저 지난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의 성과를 이어 3자 간 군사훈련 및 정보공유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비행 중이거나 발사대에 있는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방안도 있다고 CSIS는 제시했다.
아울러 북한 무기 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과 개인에 대해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CSIS는 "미국은 중국을 향해서는 '북러의 축에 참여하지도, 이들을 묵인하지도 말라'고 경고해야 한다"며 "올가을 유엔총회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회의에서 북러 협력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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