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주가·채권 동반 약세…"지속되면 부정적 영향 불가피"
물가 상승폭 재차 커지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 요인 될 듯
(서울=연합뉴스) 은행·증권팀 =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갯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국제 유가가 적어도 연말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확대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외국인·기관 동반매도에 증시 약세…채권 금리도 오름세
7일 코스피는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이면서 전날보다 0.59% 떨어진 2,548.26으로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26% 떨어진 906.36으로 마쳤다. 두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90원 오른 1,335.4원에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847%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도 연 3.969%로 7.6bp 상승했다.
앞서 미국 국채 시장에서 2년물 국채 금리는 7.11bp 오른 5.0287%, 10년물 금리는 2.88bp 상승한 4.2876%로 마치면서 이에 연동해 국내 채권 금리도 오름세를 보였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베이지북에서 추후 경기둔화를 예고했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우세해 금리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은 국제 유가 강세에 물가 상승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 여파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9거래일 연속 오른 배럴당 87.54달러에 마쳐 작년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57%)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7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1.06%)가 동반 하락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를 넘었고 달러인덱스는 105를 돌파했다.
◇ "유가강세, 기업·가계에 부담…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적어도 연말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성공적으로 주식을 매각하려면 고유가가 유리하며 감산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아람코의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2배 규모에 달하는 주식 매각 규모를 고려하면 사우디 입장에서 무리한 감산은 연내까지 필수적"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최근에 오르고 있으나 국내 경기에 큰 부담을 줄 정도의 수준은 아직 아니다"라며 "9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 무역수지, 소비심리,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나 지금은 경계선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국내 경제와 시장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세 확대와 중국 부동산 기업의 금융 불안 등을 언급하며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유가가 오르면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수익성이 안 좋아지고 가계 부담도 늘어나는 데다 근원물가가 높게 유지돼 통화정책 긴축 우려도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가 90달러 이상에서 유지되거나 더 오른다면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도 유가 상승 영향권에서 눈치 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연준 입장에선 긴축 정책 의지 표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영향으로 미국 증시가 악화하고, 국내 증시도 덩달아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는 박스권 정도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올라가면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우려로 국내 증시에서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고 주식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외국인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 중에선 항공 운송 업종의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한은, 물가 뛰면 금리 인상 카드 다시 꺼내나
유가 급등에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은은 올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해왔는데,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하면서 석 달 만에 3%대 오름세를 기록했다.
한은은 "8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폭이 다소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창현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지난해 9월에도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만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과 비슷하거나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더해 지금과 같은 유가 오름세가 계속된다면, 물가에 상방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세에 대해 "기조적으로는 완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4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전날 연례 협의 결과 보도자료에서 "인플레이션은 8월 일시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락해 내년 말에는 당국의 2%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선희 민선희 송은경 홍유담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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