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인도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빈민가 미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수많은 주민이 노숙인 신세에 내몰렸다고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9~10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 뉴델리 파라가티 마이단 인근 빈민가 '잔타 캠프' 주민들은 지난해 회의 개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희망도 잠시, 지난 5월 캠프에 불도저가 모습을 드러냈고 주민들은 무너져 내리는 판잣집을 허망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델리 현지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지난 수개월간 G20 정상회의를 위한 미화 작업의 일환으로 빈민가 강제 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2021년 기준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뉴델리에서 무허가 정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1천350만명에 달한다.
잔타 캠프를 비롯한 빈민가 주민들은 수십년간 살아온 정착지에서 순식간에 쫓겨난 셈이 됐다. 당장 주거지 인근에 구해뒀던 일자리, 학교 등도 다시 알아봐야 하는 형편이다.
뉴델리 기반 노숙인 단체 종합개발센터(CHD) 소속의 수닐 쿠마리 알레디아는 "정부는 미화라는 이름으로 주택을 철거하고 취약층을 내쫓았다"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면 주민들에게 이를 제때 알리고, 회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국유지에 불법으로 조성된 구조물을 철거했을 뿐 G20 정상회의를 위한 미화 작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도주택도시부 장관은 지난 7월 의회에 4월 1일부터 7월 27일까지 뉴델리에서 최소 49건의 철거작업을 진행해 국유지를 회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 어떤 집도 G20 정상회의 미화 작업을 위해 철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원 역시 주민들 편은 아니었다. 빈민가 주민 일부가 델리고등법원에 강제 퇴거명령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빈민가의 불법성을 인정하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5월 31일까지 퇴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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