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극단적 차별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대외정보국(모사드)의 전직 국장이 6일(현지시간) 주장했다.
타미르 파르도 전 모사드 국장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의 정책은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이 백인우월주의와 인종 분리를 바탕으로 지난 1948년부터 1994년까지 유지한 극단적인 흑인 차별정책이다.
그는 "이곳에는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있다"며 "한 영토에서 두 사람이 두 가지 법률 체계로 판단 받는다면 그것이 바로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지적했다.
파르도 전 국장은 이스라엘 국민은 봉쇄된 가자지구를 빼면 어디든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런 이동의 자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극단적인 견해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파르도는 이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국경을 확정하지 않으면 유대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존재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모사드 국장 재직 시절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당시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국경을 결정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파멸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고 말했다.
파르도는 지난 2011년 네타냐후 당시 총리로부터 모사드 국장으로 임명돼 2016년까지 활동했으나 최근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극우정당을 연정 파트너로 삼아 재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정비'라는 이름으로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이스라엘을 독재국가로 만들 것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은 성명을 통해 파르도가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대신 중상모략하고 있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자국의 아랍계 시민들도 동등한 권리를 향유하고 있다면서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AP 통신은 전직 고위 관리와 외교관·보안 관계자들도 비슷한 주장을 한 적이 있으나 파르도의 언급은 보다 직설적이며, 안보를 중시하는 이스라엘에서는 특별한 무게감을 지닌다고 전했다.
또한 이스라엘 내 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아직은 소수이지만, 최근 들어 그런 주장을 하는 퇴직 관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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