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산하 DIA 분석 책임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서 전망
'아프간군의 무기력한 패퇴·이라크서 IS 발호' 오판 인정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3개월 동안 반격 작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던 우크라이나가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첫 번째 방어선을 뚫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연말까지 러시아의 남은 전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40∼50%라는 미국 국방부 정보 당국자의 평가가 나왔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분석 책임자인 트렌트 몰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최근 우크라이나가 거둔 성과를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시적인 전과를 올린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공군)이 모두 전선에서 빠진 것에 주목했다.
그는 "2주 전에 이 대화를 했다면 조금 더 비관적이었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두 번째 방어선에서 마련한 돌파구도 사실 꽤 상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탄약 공급이 제한되고 날씨가 악화하면 우크라이나의 전선 돌파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핵심 부대를 남부가 아닌 바흐무트 인근 동부에 배치하기로 한 우크라이나 군 지휘부의 결정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단기간에 더 공격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술을 펼쳤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탄약 공급과 날씨를 더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DIA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비해 대중에 덜 알려져 있지만 중국 함대의 규모, 이란 미사일의 사거리와 같은 정량적 분석 등을 토대로 적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DIA의 연례 보고서 '소련의 군사력'(Soviet Military Power)은 냉전 시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몰은 이번 인터뷰에서 미군이 2021년 8월 전격 철수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발호한 2014년 이라크 상황 등에 대해 DIA가 오판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아프간인들이 그해(2021년) 말까지 싸우고 (수도) 카불을 영웅적으로 방어하려 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아프간인들이 "매우 빨리 접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도 "우리는 (군대 규모 등) 서류상으로 볼 때 그들(우크라이나)이 압도됐다는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DIA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전투 의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도 들여다보고 있다.
DIA는 올 1월 전투 의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재검토한 40쪽 분량의 문건에서 수도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넘어간 날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과 러시아 침공 직후 수도 키이우에 남아 항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교하며 국가적 요인이 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전선에서 리더십의 중요성, 군의 단결심, 군의 지휘통제력, 지속적인 병참·의료 지원 여부 등이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DIA 분석가들은 이제 이러한 요소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어떻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몰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러시아 방어망의 규모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방어망을 돌파하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DIA가 러시아가 최전선에 포탄을 계속 공급하고 현지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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