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미, 슬픈 결과에 대응해야"…외무부·주미대사관도 비판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범죄 행위", "비인간적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하기로 한 '아주 슬픈' 결과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유고슬라비아에 열화우라늄탄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결과 이 지역에서 암을 비롯한 질병 사례가 급증했었다면서 "이런 결과가 우크라이나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에이브럼스 전차에 장착될 120㎜ 열화우라늄탄을 포함한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열화우라늄탄은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발생한 열화우라늄을 사용한 전차 포탄으로, 먼 거리에서 적의 장갑차나 전차의 철판을 뚫는 파괴력을 지녔지만 폭발 시 방사성 먼지와 독성 물질이 발생해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도 이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핵 비확산 체제 강화' 세미나에서 미국의 열화우라늄탄 제공 결정을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열화우라늄탄이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는 연구 자료들이 많다면서 "미국은 유라시아 정책을 결정하는 태도가 얼마나 냉소적인지 보여줬다. 열화우라늄탄은 그들의 영토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 정부가 열화우라늄탄을 공급하기로 한 결정은 비인간적 행위"라며 미국은 의도적으로 무차별적인 무기를 이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는 국가는 지난 3월 영국에 이어 미국이 두 번째다.
영국이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도 그에 상응하게 대응하겠다며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배치를 발표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배치는 러시아 대통령이 언급한 일정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이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자산 540만달러로 우크라이나 퇴역군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부정적"이라며 "법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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