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바노법' 내각 회의 통과…부모의 미성년자 감독 책임 강조
멜로니 "청소년범죄, 기름때처럼 번지고 있어…외면하지 않을 것"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앞으로 이탈리아에서 의무교육 연령인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는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청소년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마련한 이른바 '카이바노법'이 7일(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통과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선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흉악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나폴리 외곽의 카이바노, 시칠리아섬의 주도인 팔레르모에서 10대 소녀를 대상으로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주엔 나폴리에서 17세 소년이 스쿠터 주차 문제로 말다툼 끝에 24세 남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31일 카이바노를 전격 방문해 청소년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고, 신속하게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사건 발생지였던 카이바노의 이름을 딴 '카이바노법'은 부모의 미성년자 감독 책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초안에 따르면 자녀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학교를 중퇴할 경우 부모는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는 만 16세까지 의무교육이다.
카를로 노르디오 법무부 장관은 이날 내각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는 징역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모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학교를 중퇴한 청소년들이 마피아 조직원으로 전락하거나 강력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학교 중퇴자 비율은 11.5%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았다.
북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부 지역인 캄파니아와 시칠리아에서는 그 비율이 15%를 넘어섰다.
아울러 정부는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변질한 카이바노를 비롯해 나폴리 인근 두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3천만유로(약 429억원)를 배정했다.
이밖에 정부는 무기를 소지한 미성년자를 더 쉽게 체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수정했고, 수사당국에 미성년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애초 기소할 수 있는 미성년자의 연령을 기존 14세에서 12세로 낮출 계획으로 알려졌으나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청소년 범죄자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조치도 유력하게 논의됐으나 역시 초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멜로니 총리는 "청소년 범죄가 기름때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정부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이바노법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바노법은 60일 안으로 의회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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