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고 돈 벌며 기술 발휘 위해" 밝혀…영업 정지 처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무단으로 미국 남부 국경을 넘은 후 '성역도시'(서류미비자 보호도시)를 표방하는 시카고로 이송된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도심에서 무허가 이발소 영업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7일(현지시간) 지역매체 '블록클럽 시카고'는 경찰 발표를 인용, 시카고 도심의 해롤드 워싱턴 공립도서관 인근 프리츠커 공원에서 무면허로 간이 이발소를 운영하며 허가 없이 물건을 판 중남미 출신 불법이민자 7명이 주민 신고로 경찰에 적발돼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프리츠커 공원에 무허가 이발소가 차려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시카고 당국이 임시로 조성한 쉼터 또는 시내 경찰서 로비 한켠에서 생활하며 미국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길 기다리고 있는 이민자들은 "시간을 때우고, 돈을 벌고, 기술을 발휘하기 위해 간이 이발소를 차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1인당 20달러(약 2만7천원)를 받고 이발 서비스를 제공했다.
체포된 7명 중 한 명은 "경찰이 수갑을 채워 연행한 뒤 8시간 동안 구금했다가 풀어주었다"며 "면허나 허가 없이 간이 이발소를 차리는 것은 불법임을 알려주었다"고 밝혔다.
시카고 시 조례상 적절한 면허 없이 사업을 운영하고 금전 거래를 하는 것은 불법이며 적발시 250달러(약 35만 원) 이상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체포된 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구금돼있었으나 벌금은 부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시카고는 '성역도시'를 자처해왔다.
"연방 이민관세집행국(ICE)의 이민법 집행에 조력하지 않고 불법 이민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 공무원은 이민자들에게 체류 신분을 물을 수 없고 이를 근거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없으며 관련 정보를 연방 당국에 제공할 수 없다.
미국 남부 국경지대 텍사스주의 그레그 애벗(공화) 주지사가 작년 8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관리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을 버스에 태워 북부 성역도시들로 분산하기 시작한 이래 시카고에는 1만3천500여 명의 망명 희망자가 도착했다.
전미 이민정의센터(NIJC) 법률 담당 디렉터 리사 쿱은 "망명 신청서를 제출하고 150일이 지나도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노동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자 지원 단체 측은 "이민 변호사·이민 담당관이 신청자에 비해 크게 부족해 망명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들은 "불법 이민자 급증으로 도시 안전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블록클럽시카고는 "최근 불법이민자들이 유리병과 물건을 던지며 패싸움을 벌이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하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