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쇼핑몰 침수…中선전도 71년만 최대 폭우에 지하철 중단·휴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8일 139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하며 도시가 멈춰 섰다.
홍콩 천문대는 전날 밤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동안 158.1㎜의 폭우가 쏟아졌다며 흑색 폭풍우 경보를 2021년 10월 이후 2년 만에 발령했다.
천문대는 이 같은 시간당 강우량은 기록이 남아있는 1884년 이후 최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날 오후 6시께부터 밤 12시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70㎜ 이상의 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200㎜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단시간에 갑자기 쏟아진 엄청난 비로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해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많은 차가 길에서 멈춰 섰으며, 오도가도 못한 행인들에 대한 구조 작업이 펼쳐졌다.
버스 운행이 중단됐고 지하철도 일부 구간이 침수되는 등 운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 도로와 지하철에는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도로가 붕괴되며 차가 산비탈로 추락하기도 했다.
흑색 폭풍우 경보가 정오 넘어서도 이어지면서 홍콩 증시는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문을 닫았다.
흑색 경보는 홍콩 폭풍우 경보 최고 단계로, 전날 밤 11시 5분에 발령된 경보가 이날 정오 넘어서까지 12시간 넘게 유지되며 이번에 역대 최장 시간 유지 기록을 세웠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이전까지는 1999년의 5시간 47분이 최장 기록이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오후 6시까지 극심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갑작스러운 물폭탄에 홍콩 카오룽반도와 홍콩섬을 잇는 지하 터널 중 하나인 크로스 하버 터널에도 물이 들어찼고 차이완구의 대형 쇼핑센터도 침수됐다.
홍콩 정부는 태풍 하이쿠이의 여파에 따른 저기압이 몰고 온 폭우로 광범위한 홍수와 심각한 교통 혼란이 발생했다면서 이날 오전 6시 10분께 긴급 휴교령을 내렸다.
또한 모든 고용주는 태풍 경보 8호에 따른 업무 규칙을 준수하고 직원들의 안전과 출근의 가능성 여부를 고려해 업무를 유연히 조정해줄 것을 당부했다.
홍콩 태풍 경보 등급 5단계 중 3번째인 8호 경보가 내려지면 금융시장과 법원, 공공 기관, 학교가 문을 닫으며 버스와 페리 등도 운행을 중단한다. 대부분의 기업과 상점도 문을 닫는다.
이날 태풍 경보 8호가 발령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폭우로 인해 그에 준하는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홍콩과 맞닿은 중국 선전시에도 71년 만에 최대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 피해가 발생해 홍콩과 선전 간 육로 검문소 두 곳도 운영을 중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선전시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 동안 누적 강우량이 465.5㎜로, 기록이 시작된 1952년 이후 최대 폭우라고 밝혔다.
선전시는 이날 온종일 폭우가 예상된다며 휴교령을 내렸고 시민들에게 산과 강, 경사지 등 위험한 지역으로부터 떨어져 있을 것을 당부했다.
선전 지하철의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으며 철도역 진출입로가 침수된 가운데 선전과 광저우를 오가는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또 관영매체 보도 영상에서는 물이 무릎까지 차오른 길을 사람들이 안전 밧줄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홍콩은 지난 1일 밤 태풍 사올라의 영향으로 5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 등급 태풍 경보인 10호를 발령했다.
사올라는 엄청난 강풍을 몰고 왔지만, 홍콩이 1일 오전 2시께 태풍 경보 8호를 발령하고 대비한 가운데 다행히 별다른 피해를 안기지는 않았다.
뒤이은 태풍 하이쿠이는 3일 대만을 강타한 후 중국 광둥성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하이쿠이가 몰고 온 저기압이 홍콩에 폭우를 퍼부으며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번 물폭탄으로 홍콩의 피해 규모는 1억달러(약 1천333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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