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애널리스트 제시카 푹 "제작비 증가 속 수익성 최대화 전략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한국의 콘텐츠 제작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공룡'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하청기지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히 있다.
그러나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제시카 푹 OTT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95%의 돈을 가져가는 문제는 한국에서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작가·감독 파업에서 보듯 제작자들이 용감하게 이 문제를 제기하고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푹은 "스트리밍 회사들은 그들의 모든 권리를 보호하고 그것을 통해 최대한의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한국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제 협상이 가능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최근 한국 대형 제작사인 에이스토리[241840]가 넷플릭스에 작품에 대한 권리를 갖고 싶다고 밝힌 것처럼, 이제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스튜디오가 넷플릭스와 다른 스트리밍 업체와 거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푹은 또 넷플릭스가 워낙 강력하기는 하지만 모든 곳에서 '최고'는 아니며, 좋은 전략만 있다면 토종 플레이어들이 성공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종 OTT들은 지역 자원과 시장에 대해 더 잘 알고 접근하기도 쉽다. 일본만 보더라도 넷플릭스가 그렇게 지배적이지 않고 호주 역시 그렇다. 애니메이션이나 스포츠, 게임 등 독특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덕분"이라고 했다.
푹은 아마존프라임비디오처럼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OTT 업계에 진출한 쿠팡플레이의 사례도 들면서 "아마존이 머천다이징과 결합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쿠팡플레이도 같은 모델로 시작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제작비 급증은 토종 OTT들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카 푹은 콘텐츠 비용 때문에 토종 업체들이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체들이 '텐트폴'급의 프리미엄 타이틀을 포기하기보다는 대중적이지 않은 타이틀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등 '수익성'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말 훌륭한 콘텐츠는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그 콘텐츠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통해 지역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국은 스토리 라인에 강하기 때문에 적절한 전략만 있다면 따라잡을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제시카 푹은 한국 시장의 특성과 관련해서는 "전통적으로 모바일과 결합해 있는 유료 방송이 매우 강력한 국가인데도 아태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OTT 시장이 성장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 간 인수 합병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냐는 물음에는 "티빙이 시즌을 인수한 후 조금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OTT도 법제도 영역으로 들어와 규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방송처럼 상세한 법이 있는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다만 자율 규제를 통한 가이드라인은 있을 수 있다. 또 세금 부과나 현지 콘텐츠 쿼터제 등이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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