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냉난방 막아주는 솔루션 개발 최현웅 씨드앤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냉·난방과 제습 등으로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에어컨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기 소모량이 많은 대표적인 가전제품이다.
이 때문에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계절이 되면 으레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에어컨의 전기 소모량을 줄일 효과적인 솔루션이 필요한 배경이다.
2015년 설립된 ㈜씨드앤(SeedN)은 이 솔루션을 연구·개발하고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건물 에너지 관리 종합 플랫폼인 '리프'를 개발해 실내 영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에게 서비스한다.
리프는 AIoT(인공지능 결합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냉·난방 온도 자동 관리 시스템이다.
서비스 브랜드 이름은 환경친화적인 면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뭇잎을 뜻하는 영어 단어 '리프'(Leaf)를 그대로 차용했다.
리프를 활용할 경우 같은 공간에 있는 다수의 사람에게 최적화한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과도한 냉·난방을 억제해 전기 사용량을 최소 1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4일 최현웅(35) 씨드앤 대표를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만나 창업 얘기를 들었다.
가구업체 L사는 지하 1~5층 규모인 서울 강남구 논현점에 올해 4월부터 리프를 도입했다.
에어컨 44대가 설치된 이곳의 전기 사용량을 따져보니 리프 도입 전의 3개년(2020~2022년) 평균치와 비교해 4월은 8%, 5월에는 13%가량 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L사가 논현점 한 곳에서 본 전기료 절감 혜택은 월 40만원이 넘었다.
최 대표가 예시로 든 한 사례다.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최 대표는 첫 직장인 연구업체에서 일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대학 마치고 유학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교수님 추천으로 들어간 건축 설비 등을 연구·개발하는 회사에서 창업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런 쪽을 배우다 보니 에너지가 낭비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 거죠. 이걸 해결하면 가치가 있겠다 싶어 직접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최 대표가 얘기한 에너지 낭비는 과(過) 냉방이다.
과 냉방은 전기 낭비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나 건물 관리자는 적정한 온도 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문제를 방치한다고 한다.
온도 관리가 어려운 이유로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감에 의존하는 점이 지적된다.
바쁜 상황에서 에어컨 운행에 일일이 신경 쓰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최 대표는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적정 온도를 맞춰 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리프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기계나 전자, 컴퓨터 공학 분야의 지식이 깊지 않았던 최 대표가 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해보겠다는 생각만 앞섰지, 제대로 아는 게 없었어요. 2013년부터 독학을 시작했습니다. 직접 회로도를 그리고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 2015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고 그게 출발점이 됐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한 최 대표를 도와준 이는 울산에서 함께 초등학교를 다닌 홍원진(35) 부대표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직장 생활을 하던 홍 부대표는 창업을 준비 중이라는 최 대표 얘기를 듣고 "재밌을 것 같다"며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고 한다.
리프는 네트워크 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허브와 에어컨 제어장치, 벽면 부착 온·습도 정보 수집 센서, 원격 제어 앱으로 구성된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공간 내 벽면 곳곳에 설치하는 센서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의 온·습도를 측정한다.
AI는 이를 토대로 전체 공간의 열에너지 흐름을 분석해 10분 단위로 서멀맵(온도지도)을 생성한다.
이어 서멀맵을 바탕으로 최적의 에어컨 운행 조합을 연산해 언제 어떤 에어컨을 켤지, 어느 정도 수위로 운행할지를 판단해 온도를 제어한다.
이 과정에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11종의 날씨 관련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선호 온도 등 쾌적 온도 값을 찾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반영된다.
최 대표는 리프의 AI 온도 관리가 에어컨의 자체 AI 기능과 구분되는 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내부에 달린 센서 기준으로 실내 온도를 확인하고 운행 수위를 판단하는 에어컨은 일반적으로 2.5m 이상 높이의 천장이나 구석 또는 사람 키보다 높은 벽에 설치된다.
이 때문에 실제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와는 거리가 있는 데이터를 근거로 운행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에 배치한 센서를 활용하는 리프는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온도 기준으로 온도를 제어하기 때문에 과도한 냉난방을 억제하면서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리프의 장점으로 시공 없는 설치로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천장형 제품을 포함해 적외선(IR) 신호 감지 장치가 내장된 모든 에어컨에 리프를 적용할 수 있다며 시공 없이 부착하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씨드앤은 무상으로 리프를 한 달가량 사용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전기료가 오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리프를 사용해 보고 싶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리프를 사용 중인 곳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공유 오피스 기업 등 20여개 업체의 매장 200여곳이다.
최 대표는 2021년 8월부터 리프 4차 버전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며 연내에 기능을 한층 고도화한 5차 버전을 출시해 시장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씨드앤의 주된 수익원은 리프를 도입한 고객이 월 구독 방식으로 내는 서비스 이용료다.
최 대표는 전기료 절감분의 30% 정도를 서비스 이용료로 부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재작년 카카오벤처스에서 첫 투자금을 받은 씨드앤은 내년에 시리즈 A로 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목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실생활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전기료를 덜 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 모델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