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남극의 기온 상승 속도가 기존 기후변화 모델 예측치보다 많게는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은 1천년 동안의 남극 온도 변화 추이를 간직한 빙상코어 78개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남극 대륙 온도는 10년마다 0.22∼0.32도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기후변화 모델로 예측된 것은 10년마다 0.18도씩 오르는 것이었으나 실제론 훨씬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는 것이다.
남극 서부의 경우 기후 온난화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곳의 기온 상승 속도는 기후 변화 예측치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 서부에 형성된 얼음판이 모두 녹아 없어지게 되면 지구 해수면을 몇m씩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극지 온도가 다른 곳보다 더 빨리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해 왔으며, 실제로 북극에서는 이미 이런 '극지 증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논문 주저자인 마티외 카사도 박사는 남극에서도 극지 증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았다면서, "남극이 자연적 변동성 이상의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극 대륙의 기온 상승은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손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빙상코어 전문가 사라 잭슨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은 잭슨 박사는 "미래의 해수면 상승과 관련한 우리의 모든 예측은 모두 저속 온난화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며 "기존 모델은 얼음의 유실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역시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의 기후 과학자이자 빙상코어 전문가인 다니엘 우디 박사도 "우리가 남극 대륙에서 목격하고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는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남극 해빙(海氷)이 지난 2년 동안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 중이다. 아무래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남극 대륙 서부의 해빙이 녹으면서 이곳에 서식하던 황제펭귄 병아리 수천 마리가 지난해 말에 죽었을 수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질랜드 웰링턴빅토리아 대학교의 카일 클렘 박사는 남극 대륙의 기후는 대체로 자연적 변동 추이를 따른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남극 기후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인위적 극지 증폭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남극의 기온 상승은 해빙의 추가 손실로 이어져 해양 온난화와 지구 전체 해양의 순환 및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질 것이라며, "해양 온난화는 이미 남극 대륙 서부의 빙붕을 녹이고 빙상을 퇴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극 대륙의 크기는 미국과 멕시코를 합친 면적과 같지만 이곳의 기상 관측소는 고작 23개뿐이고, 그나마 내륙에 설치된 것은 3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자연기후변화(NCC)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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