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경제포럼 개최 임박에도 현지서 정상회담 준비 움직임 안 보여
미리 불거진 러시아 방문 전망에 경호 문제도…하바롭스크주 등 대안 언급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서방이 이달 중순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현지에서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자 양국 정상 만남이 다른 곳에서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북러 정상이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기간에 대면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포럼 개막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정상회담에 대비하는 구체적인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전날부터 루스키섬에 있는 EEF 개최 장소인 극동연방대 주변 육해공의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경우 타고 올 전용 열차가 지나거나 도착할 북러 접경지역 연해주 하산역을 비롯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는 아직 새로운 동향이 포착되지 않는 상태다.
또 현지에 주재하는 각국 공관에서는 김 위원장 의전 담당으로 잘 알려진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입국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2018년 6월과 2019년 2월에 싱가포르 센토사섬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각각 열린 제1·2차 북미정상회담이나 2019년 4월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첫 방문 당시 현지에 먼저 도착해 회담을 준비한 바 있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상황과 더불어 서방 매체 보도로 일정이 노출된 김 위원장의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EEF 기간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하바롭스크주나 아무르주 등 극동 다른 지역에서 북러 정상이 만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지난 7일 국가정보원도 "김정은이 기존 예상 경로와는 다른 경로로 '깜짝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바롭스크는 김 위원장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실제로 태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백두산 일대인 양강도 삼지연 군의 밀영(密營)을 김정일 출생지로 주장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7월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집권 후 처음으로 특별열차를 타고 러시아 방문에 나섰으며,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하바롭스크를 찾은 바 있다.
하바롭스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첫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도 있다.
또 아무르주에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있다.
이곳은 러시아가 임대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2012년부터 새로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로, 첫 번째 위성 발사는 2016년 4월에 있었다.
서방에서는 북한의 국경 개방과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 상황이 맞물린 와중에 김 위원장 방러 가능성이 불거지자, 양국이 향후 재래식 무기 거래와 식량·에너지 원조를 넘어 위성기술과 핵 추진 잠수함, 탄도미사일까지 군사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까닭에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양국의 군사 협력 강화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킬 수 있는 상징적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밖에 김 위원장이 전례 없이 비행편을 이용해 모스크바로 직접 날아가거나, 정상회담이 EEF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9년 4월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첫 방문 당시에도 북한이 정상회담이 열리기 이틀 전에야 방러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회담이 성사된다면 블라디보스토크는 여전히 개최 장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러시아는 김 위원장 방러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오는 12일 EEF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관계자는 "EEF 개막을 앞두고 여전히 김 위원장의 방문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올해 EEF 기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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