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추가인상?…정부 "신중검토", 전문가 "제값내고 전기를"

입력 2023-09-11 06:00  

전기료 추가인상?…정부 "신중검토", 전문가 "제값내고 전기를"
한총리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에너지가격·환율 고공행진' 변수될 듯
이달 중순께 4분기 전기료 인상여부 본격 검토…'한전 자구노력' 관심
전문가들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에너지 요금 독립 결정기구 필요' 목소리도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총부채 200조원 넘긴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가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정부는 전기요금의 일정 수준 인상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4분기 전기요금 논의 본격화…정부, 깊어지는 고민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전의 부채 문제와 관련해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 같은 언급에도 '가까운 시일 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전의 재무 상황이 채권(한전채) 발행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면 위기가 맞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경각심 환기 차원에서 총리가 얘기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 달러와 유가의 동반 강세가 이어지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류도 읽힌다.
정부는 한전이 오는 15일까지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보고하면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으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커져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5차례에 걸쳐 40%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한전의 수익 구조, 재무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함에 따라 한전이 또다시 손해 보고 전기를 파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즉 전기를 팔수록 한전의 적자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초 정부는 장기적인 한전 누적적자 해소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킬로와트시(㎾h)당 51.6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분기와 2분기 누적 요금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그쳤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추가 전기요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전의 철저한 자구 노력과 비용 절감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만나 한전 부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인상보다 한전의 자구 노력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전 재무 상황 양쪽을 모두 봐야 한다"며 "한전 재무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한전이 먼저 할 수 있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에너지가 상승 따른 인상 불가피"…'포퓰리즘' 정치권 책임론도
전문가들 47조원대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 차원에서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전기요금에 천연가스, 석탄 등 전기 생산의 원료가 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전력 사용자인 국민들 사이에서는 '제값 내고 전기를 쓴다'는 인식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승진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제값 내고 전기를 써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런 인식이 없어진 데는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이 국제 에너지가 상승에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며 "에너지 자원을 전량 수입해 쓰는 나라에서 전기를 흥청망청 쓸 수 있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구입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로 악화한 한전의 수익 구조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전기요금을 어떤 식으로 인상하겠다는 원칙을 못 박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비용을 철저히 따져 전기요금을 결정해야 할 때로, 비용이 발생하면 그때 요금으로 털고 가는 것이 맞다"며 "전기요금 인상 여부 대신 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 등을 어떻게 지원하고 갈 것인지가 관심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전기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상준 교수는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이 된다"며 "탄소중립을 이행하려 해도 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으면 결국 미래세대에 다 떠넘기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에너지 전환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지 않도록 했다"며 "공짜 탄소중립은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전기요금을 독립적인 기구가 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강 교수는 "현재 법적 근거도 없이 정치권이 전기요금 결정에 개입하는데, 이는 정치권 스스로 부담을 지는 것"이라며 "차제에 에너지 가격을 결정하는 독립적인 규제기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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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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