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2019년 주택 구매 정점 찍은 뒤 내리 하락세
주택 대출 금리 2021년 말 1%대→지난 달 3.8% 세 배 '껑충'
주택 가격 하락 기미 안 보여…저소득층 '암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내 집 마련의 꿈은 한국인뿐 아니라 프랑스인들에게도 점점 이루기 어려운 목표가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탓에 대출 금리는 높아졌는데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집주인'이 되겠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희망은 기약이 없어졌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프랑스 가구의 58%만이 주 거주지를 소유하고 있어 유럽연합(EU) 평균인 70%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2007년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체 가구 중 70%가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자리걸음이다.
한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아 2019년 한 해에는 주택 구매 건수가 약 90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적도 있었다.
이상 기류가 감지된 건 2021년 가을이다.
부동산 경제학자 미셸 무이야르는 "2021년 여름 이후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신규 주택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이를 증명한다"며 "당시에도 주택 대출 금리는 계속 하락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물가 상승률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프랑스 금융 당국은 대출 시장에 개입하기로 한다.
당시 프랑스 은행들은 대출 신청 심사를 너무 느슨히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 호황이 절정에 달했을 때 대출 기간을 연장해주고 상환비율(소득대비 월 상환액)이 최대 기준치인 35%를 넘는 사람에게도 마구 대출을 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그해 9월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이 의장을 맡고 있는 금융안정위원회는 주택 대출 기간과 대출자의 소득에서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무이야르는 "이런 상환비율 제한은 주택 소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주택 구입에 필요한 개인 부담금이 45%(평균 2만5천유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무이야르는 이런 추세가 이어져 올해 신규 주택 구매 건수는 정점을 찍은 2019년보다 4분의 1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한 핵심 원인은 40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점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계속 상승하던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유례없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그 여파를 받은 프랑스 은행들은 인상분을 대출자들에게 전가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 1%였던 평균 주택 대출 금리는 올해 8월 3.8%로 세 배 이상 뛰었다.
프랑스의 한 대형 부동산 중개업체는 이 같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프랑스인들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평균 18㎡의 면적을 잃은 셈이라고 추산한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라도 내려가야 하는데 상황은 또 그렇지 못하다.
싱크탱크 '테라노바'의 연구에 따르면 주택 구매자가 월 상환액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5%가량 떨어져야 한다.
부동산 데이터 집계 기관인 '메이에르아정'에 따르면 올가을 기준, 지난 1년 동안 부동산 가격은 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6% 상승한 것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테라노바는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지배할 때 가격 조정은 항상 더 느리게 작용한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에 최소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금리 인하도 없을 전망이다.
지난 달 28일 브뤼노 르메르 장관은 "인플레이션이 합리적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만큼 중단기적으로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도 부유층의 주택 구매는 계속 이어진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금리 상승 이후 대출 없이 자기 자산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반면에 중산층은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강세와 고금리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정부가 제로 금리 대출 이용 조건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어 저소득층의 앞날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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