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감산 확대에 가격 하락 안정화…수익성 개선 속도낼까

입력 2023-09-10 06:15  

낸드 감산 확대에 가격 하락 안정화…수익성 개선 속도낼까
4분기 낸드 추가 감산 가능성↑…웨이퍼 계약 가격 인상 조짐
삼성전자, 고성능·고용량 신제품 출시…SK하이닉스, 솔리다임 韓지사 문 닫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D램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낸드 플래시가 감산 확대와 가격 하락 안정화 등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낸드 감산 폭을 키우는 동시에 고성능·고용량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즈호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낸드의 경우 2022년 2분기 웨이퍼 투입 최고치에 비해 올해 4분기에 60% 이상 웨이퍼 투입량을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즈호증권은 삼성전자의 낸드 웨이퍼 투입량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저점을 기록한 뒤 서서히 늘며 2025년 2분기 이후에나 작년 4분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초기에 낸드 생산량을 25% 줄였다며, 올해 4분기까지 감산량이 35%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낸드 공급업체들은 생산량 감축을 통해 낸드 바닥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이 작년 4분기부터 낸드 감산을 주도했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2분기 낸드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 모두 제품별 선별적인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 중이며, 특히 낸드 위주로 생산 하향 조정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며 낸드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에 비해 낸드의 재고 감소 속도가 더디다며 낸드 제품의 감산 규모를 5∼10% 확대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낸드 생산량을 줄여 공급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공급업체들의 감산에 낸드 가격은 최근 4개월째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8월 고정 거래가격은 평균 3.82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3월과 4월에 각각 5.12%, 2.93% 내린 이후 4개월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8월 말 낸드플래시 공급업체와 주요 중국 모듈 제조업체 간 협상에서 512기가비트(Gb) 웨이퍼 가격을 약 10% 높이는 데 성공한 새로운 웨이퍼 계약이 성사됐다"며 "다른 공급업체들도 유사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 공급업체의 변화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궈밍치 TF증권 연구원도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8월 삼성의 가격 인상에 이어 9월부터 마이크론도 낸드플래시 웨이퍼 계약 가격을 약 10% 인상하기 시작했다"며 "올 하반기 마이크론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 감산 기조에 더해 IT 기기 등의 수요가 살아나면 이 같은 가격 결정력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낸드 시장 규모는 작년 대비 27.2%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며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0.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성능·고용량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낸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중심 시대를 맞아 데이터가 급증하고 기존 휴대폰과 태블릿 등에서 액션캠, 게이밍 콘솔, 드론 등으로 응용처가 확대되며 고성능·고용량 낸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8세대 V낸드 기술을 처음 적용한 소비자용 SSD인 '990 프로 시리즈' 4테라바이트(TB) 제품을 내놨다. 속도와 안정성을 강화해 전문 포토그래퍼와 크리에이터 등에게 최적화된 SD카드와 마이크로 SD카드 신제품 '프로 얼티밋'(PRO Ultimate)도 출시했다.



SK하이닉스도 감산과 함께 인력 효율화 등 자구책을 추진하는 한편 기술력을 내세워 위기 극복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자회사 솔리다임(전 인텔 낸드사업부)의 미국 본사 인력을 감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 지사의 문을 닫았다. 낸드 업황 악화로 고전해 온 솔리다임의 한국 지사 인력을 정리하며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지난 8월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에서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1테라비트(Tb) TLC 4D 낸드 개발 경과를 발표하고 개발 단계의 샘플을 선보였다.



다만 낸드 수익성 개선의 키를 쥔 수요 측면에서 보면, AI를 제외한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 수요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11억대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PC 출하량도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한국 공급업체들은 가격 안정화를 위해 4분기에 낸드 플래시 생산량을 추가로 줄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실제 최종 사용자 수요와 비교할 때 구매자는 미래 수요 전망에 대해 비관적일 정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구매 단가가 상승하더라도 주문량 급증을 촉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출하량이 감소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부진할 전망인 3분기 낸드 부문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3분기 영업적자는 2조4천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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