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건강에 영향"…UBS 인수 둘러싼 수사·행정소송 잇따라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이 개인적 이유로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산 위기 속에 경쟁 은행에 인수된 크레디트 스위스(CS) 사태의 후유증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8일(현지시간)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에 따르면 우르반 안게른 금융감독청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안게른 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스위스 금융 감독기구의 수장으로서 그간의 활동은 저에게 특별한 도전이었다"면서 "하지만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스트레스는 건강에 영향을 미쳤고 고민 끝에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청은 안게른 청장이 이달 말까지만 재임하고 사직하면 비르기트 루티하우저 부청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이사회가 후임 청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안게른 청장은 건강 문제를 사직 이유로 들었지만, 올해 3월 파산 위기에 처한 CS가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에 인수된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안게른 청장의 사의 표명을 재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스위스 금융감독청은 UBS의 CS 인수 거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잇단 투자 실패와 고객 이탈로 재무 위기에 처한 CS가 파산할 경우 스위스 은행권 전체로 타격이 번질 것을 우려해 당국이 직접 인수 거래에 개입한 것이다.
그러나 인수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UBS에 통상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CS를 넘겨주도록 하고 스위스 연방정부가 UBS에 손실 보전까지 해 주는 방식의 개입 행위가 적절했느냐는 게 주된 논란거리다.
인수 거래의 적정성을 두고 스위스 연방의회의 조사와 연방검찰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CS 소액주주들은 당국이 개입한 '헐값 거래'로 투자 손실을 봤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공정거래 당국인 스위스 경쟁위원회(Comco)는 UBS가 CS를 인수한 과정이 UBS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남용된 게 아닌지를 검사 중이다.
특히 CS의 경영위기설은 이미 작년부터 은행업계에 퍼져 있었는데 금융감독청이 건전성 감독을 소홀히 했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청 정규 직원 수가 2012년 442명에서 지난해 547명까지 늘어나는 등 감독기구로서 역량이 커졌는데도 규제기관으로서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건 직무 유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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