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새 정부 들어 과학기술계 기관장 선임 과정에서 3배수를 뽑은 후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11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NST는 지난 7일 열린 제200회 임시이사회 결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후보 3배수 중 재적이사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추후 재공모하기로 했다.
앞서 NST는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된 박현민 원장 재선임 안을 부결한 후 새 원장 선임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3배수 후보가 올라왔지만 이번에 부결되면서 재공모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NST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원장 후보 3배수를 뽑은 뒤 재공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번째다.
앞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재공모에 들어간 바 있으며, 올해 5월 수장 공백 1년여 만에 양성광 원장을 선임했다.
한국기계연구원도 전임 원장 임기 종료 이틀만인 지난 4월 14일 차기 원장 모집절차를 시작했지만, 8월 원장 선임이 3배수에서 불발되면서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NST의 출연연 원장 재공모 사례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세 차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과학계에서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원도 3배수까지 오른 총장 후보자들을 부결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었으나 과반수 득표 기준을 충족한 후보자가 없어 부결됐고, 재공모 끝에 7월에 임기철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을 신임 총장으로 선임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도 지난달 7일 이사회에서 3배수 후보자 중 총장을 선정하지 못해 이달 7일까지 다시 총장을 재공모했다.
과학계 전체로 넓혀 보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이 지난 6월 3배수에서 최종 1인을 선정하지 못해 재공모에 들어갔고, 해양수산부 산하 출연연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도 지난해 9월 3배수 불발 후 재공모를 거쳐 강도형 원장이 선임됐다.
이처럼 3배수를 추린 후 부결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데 대해 과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출연연 원장과 과기원 총장 공모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되는데, 적합한 인물을 바로 찾지 못하다 보니 일단 후보자들을 올려 보고 뒤늦게 인물찾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재공모 후 선임된 이들을 보면 양성광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을 3년 가까이 지낸 관료 출신이고, 임기철 총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블랙리스트 의혹' 당사자 중 한 명이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3배수 후보가 올라와도 선임 과정이 끝나간다고 보장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과학기술계에서 원하는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