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G20 만찬으로 기장 들어간 채식 메뉴 내놔…'모디 취향?'

입력 2023-09-10 07:46  

인도, G20 만찬으로 기장 들어간 채식 메뉴 내놔…'모디 취향?'
슈퍼푸드 주목받는 기장…재배 여건도 좋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으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좋아하는 곡물을 기반으로 한 순수 채식 메뉴가 제공돼 화제가 됐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날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 모든 코스 메뉴가 채식인 색다른 만찬이 정상들에게 제공됐다고 보도했다.
메인 코스는 버섯을 곁들인 잭프루트 갈레트(프랑스식 빵과자)와 기장 칩, 카레 잎을 곁들인 케랄라산 홍미(紅米) 요리였다. 요리마다 풍미 있는 인도의 향신료가 더해졌다.
전채요리로는 요구르트를 얹은 조 잎 칩이, 후식으로는 카더몬(향신료) 향이 나는 기장 푸딩이 제공됐다.
AFP는 보통 외교가의 만찬 메뉴로 고기 위주의 무거운 음식이 나오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었다고 평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인도에서 주로 생산되는 기장이 중심이 된 것이 특징이었다.
메뉴 설명에는 "존경하는 내빈들께 인도 전역에서 자라는 기장의 맛을 보여드리기 위해 오늘 음식 몇 개에 기장을 포함했다"고 적혔다.
또 기장을 "슈퍼 푸드"라고 표현하며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루텐 성분이 거의 없는 기장은 밀과 비교하면 재배 시간이 절반가량으로 적고, 물은 쌀의 30%만 써 척박한 땅에서도 키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기장의 최대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기장은 수천 년 동안 인도 내 많은 지역에서 주식의 역할을 했다. 죽과 빵, 팬케이크에 쓰였고 렌틸콩과 함께 먹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인도에서 농업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그린 혁명'이 시작돼 밀과 쌀을 교배한 다수확 품종이 주목받으면서 기장 생산량은 감소했다. 그 결과 기장은 시골 지역 저소득층의 식량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디 행정부는 2014년 집권 이후 기장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인도의 제안으로 유엔이 올해를 '세계 기장의 해'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식당 셰프들도 토르티야와 피타 빵, 팬케이크 등 퓨전 요리법에 기장을 활용하고 소규모 양조장도 기장으로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소비량이 늘고 있다.
한편 인도 정부가 G20 정상회의 참석자들에게 보낸 만찬 초청장에 국명을 '인디아'(India) 대신 산스크리트어인 '바라트'(Bharat)를 써 논란이 된 가운데 만찬 메뉴도 '바라트'를 강조했다고 AFP는 전했다.
AFP에 따르면 메뉴 설명에는 "바라트는 전통과 관습, 기후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성을 갖고 있다. 맛이 우리를 연결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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