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흑해 곡물협정 협상이 결렬된 이후 영국 공군이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선박을 엄호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운송하는 민간 선박을 러시아가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공군(RAF)이 최근 몇 주 동안 흑해 상공을 정찰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7월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에 공습을 퍼붓자 이 지역 정찰 활동을 강화했다.
영국 정부는 "우리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으로 흑해에서 러시아의 활동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이러한 작전의 일환으로 우리 공군은 러시아군의 민간 선박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비행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영국이 오는 11월 식량 안보 불안과 영양실조 퇴치 방안을 다루는 국제 식량 안보 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이 수출될 수 있도록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지난해 7월 흑해 곡물협정을 맺었으나, 러시아는 서방이 자국산 농산물 수출을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흑해를 재봉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오데사, 초르노모르스크, 피우데니(러시아명 유즈니) 등 흑해 항구들을 통한 곡물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에도 일부 곡물 수출선을 흑해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곡물 시장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협정 철수로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의 기아 위기가 커졌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4일 러시아 소치에서 흑해 곡물협정 복원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을 앞두고 협정 복원을 위한 타협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모든 협의 내용이 이행돼야 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곡물협정 관련 문제가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G20 공동선언문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흑해 곡물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에 대해 G20이 러시아에 곡물협정 복귀를 요구하고,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유엔 헌장 원칙을 다뤘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의에 참석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G20 정상들과 비공개로 만나 "협정 복원을 위해 러시아의 요구를 일부 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복수의 튀르키예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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