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마을 접근로 암석에 막혀…구호품 항공 전달·드론 수색
마을선 희생자 수십명 간이 장례…주민들 "구급차 절실" 호소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구조대가 진입하기에는 아직 많은 지역이 취약합니다"
강진 발생 사흘째 2천명 넘는 희생자가 나온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생존자를 구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지만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로이터·DPA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께 발생한 강진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모로코 알하우자주 물라이 브라힘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여진 위험이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구조대의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알렸다. 물라이 브라힘은 이번 지진 피해 지역 중 하나인 천년고도 마라케시와 근접한 데다 아틀라스 산맥이 선사하는 웅장한 경관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산간 마을이다.
고산 지역 마을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준 이번 지진은 산세가 아름다운 관광지였던 물라이 브라힘을 폐허로 뒤바꿔 놓았다.
구조대는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피해 지역에 접근해야 하지만 지진이 산을 뒤흔들면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도로 곳곳을 막아놓았다고 물라히 브라힘 당국은 전했다.
접근로가 막히자 당국은 피해 지역에 이미 당도한 구조대원들에게 드론을 이용해 수색이 필요한 지점의 좌표를 알려주고 있다.
구호 물품을 항공기로 실어 날라 마을에 떨어뜨리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지만 접근로가 신속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을 큰 진척 없이 흘려보낼 가능성이 커진다.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물라이 브라힘 마을 광장에는 주민들이 시신 수십 구를 모아 간이 장례를 치른 뒤 언덕에 있는 공동묘지로 옮기는 모습이 항공 사진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치우다 가족의 시신을 발견한 주민이 울부짖는 모습도 보였다.
집을 잃은 주민들은 축구장에 세운 대형 텐트에 모여 응급의료진이 접근해 주기를 기다렸다.
주민 아유브 투다이트씨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마치 최후의 날처럼 엄청난 흔들림을 느꼈고, 10초 만에 거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차가 절실합니다. 여기로 구급차를 보내주세요. 제발 우리를 구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지진 피해가 발생한 다른 산지 마을들도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기는 마찬가지다.
또 다른 산악 마을인 아스니 지역 주민 아데니 무스타파씨는 "아직도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폐쇄된 도로가 많다"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구조대의 손길을 요청했다.
아스니 마을의 또 다른 주민 사이다 보드치치씨는 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남편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고 했다.
그는 "생계를 책임진 사람이 너무 크게 다쳐 우리 여섯 식구의 미래가 걱정된다. 지금은 신(神) 외에는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모로코 내무부에 따르면 마라케시와 진앙 인근 5개주에 영향을 끼친 강진으로 숨진 이들의 수가 이날 오전 현재 2천12명에 이른다. 부상자는 중상 1천404명을 포함해 최소 2천59명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체·재산상의 피해를 봤거나 식량·필수품 보급이 끊기는 등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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